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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의 대(對)러 제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도 경제전쟁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에너지기업부터 자동차 제조사·금융사·정보기술(IT)·콘텐츠사까지 러시아로의 수출을 끊고 파트너십을 중단하는 등 러시아 시장을 손절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쉘은 성명을 내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업체인 러시아 가스프롬과의 합작 투자를 철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쉘은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사할린-2' 지분 27.5%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러시아 성명을 내고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예고했다. BP가 감당해야 할 손실액은 최대 250억달러(약 30조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의 주요 외국 투자자인 BP는 30여 년간 러시아와 사업 협력을 이어온 파트너다. 북유럽 최대 석유업체인 노르웨이 에퀴노르도 러시아에서 손을 뗀다.

이들의 선언으로 미국의 거대 정유회사인 엑손모빌(ExxonMobile)이나 프랑스 에너지 회사인 토탈에너지(TotalEnergies)와 같은 러시아 석유와 가스 사업에 많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도 동태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토탈에너지의 경우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며칠 내 러시아 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언급해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회사를 비롯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동참했다. 마스터카드는 서방의 금융 제재에 따라 여러 러시아 금융기관들과의 결제망을 차단했다.

거대 투자자들도 러시아 시장에서 손을 빼고 있다. 호주 국부펀드가 러시아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러시아 자산의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볼보·GM은 러시아 수출을 멈추기로 했다. 다만 러시아 3개 자동차 공장의 지분 50%를 보유한 포드는 철수 계획은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디즈니·워너브라더스·소니픽처스 등 할리우드 콘텐츠 스튜디오들도 일제히 러시아에서 최신 영화 개봉을 연기한다. 오는 10일 러시아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던 디즈니의 '터닝레드'와 지난주 상영을 시작했을 워너브라더스의 '더 배트맨', 24일 개봉 예정인 소니의 '모비우스' 등 기대작들의 개봉이 중단됐다.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온라인에 유포되는 러시아의 흑색선전이나 가짜 뉴스를 차단했고, 구글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보호를 위해 실시간 교통량 등 현지에서 표시되는 구글 지도의 일부 기능을 차단했다.

넷플릭스는 러시아 정부가 현지 서비스 시작의 조건으로 내건 20개 채널 송출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전했다.

국제사회가 아직 구체적 이행에 들어가지 않은 기업들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는 가운데 삼성전자·현대·기아차 등 한국 기업들은 러시아 수출 제한과 관련 자사 피해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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