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직원들이 출선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포스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철강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제철용 원료탄과 철광석 가격이 뛰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철강 기업들이 심각한 운영 차질을 겪고 있어서다.

철강재 가격 상승은 1분기 철강사들의 실적을 밀어올릴 전망이다. 그러나 조선·자동차업계는 원가 부담 증가에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유럽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은 최근 유럽 열연 가격을 300유로 올려 톤당 1450유로로 제시했다. 지난주 중 유럽 열연 유통가격은 1500~1700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동시에 전 세계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열연 가격도 최근 2주 연속 올라 톤당 1275달러로 집계됐다.

러시아 제재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이 철강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지난 23일 동호주 항구 기준 제철용 원료탄 현물가격은 톤당 587.25달러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147.22달러(33.46%) 올랐고 올해 초보다는 무려 227.67달러(63.32%) 치솟았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료탄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호주산 원료탄으로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코리아PDS에 따르면 러시아의 제철용 원료탄 수출량은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 수출량의 9%를 차지한다. 호주,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 제철용 원료탄 수출국이다. 국내 철강업계의 전체 원료탄 수입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약 16%로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철광석 가격도 원료탄만큼은 아니지만 강세다. 23일 중국 칭다오항 기준 철광석 현물가격은 톤당146.45달러로 연초보다 23.55달러(19.16%)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철강사들의 운영 차질까지 더해져 글로벌 철강 수급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하면서 유럽 최대의 철강 공장 중 하나인 아조브스탈(Azovstal)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러시아 최대 철강사인 세베르스탈은 달러화 채권에 대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렸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러시아는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철강 수출국이다. 우크라이나는 8위다. 두 나라를 합치면 단숨에 2위 규모로 올라선다. 유럽연합(EU)에선 철강 수입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충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러시아산 철강 제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입 금지를 실시한 상황에서 원부자재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럽내 철강사들의 생산도 감소해 한동안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 철강사들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열연 유통가격은 톤당 133만원으로 지난해 전고점을 이미 경신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는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 상반기 자동차 강판 가격에 대해 톤당 20만~30만원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조선사용 후판 가격도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 내지는 소폭 상승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원가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후판 가격이 4년 만에 대폭 인상돼 조선사들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인상이 아니라 후판 가격 정상화로 손익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철강업체들은 양호한 업황과 가격 인상에 힘입어 1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매출액은 19조9448억원, 영업이익은 1조6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6.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의 1분기 실적도 매출액 6조6043억원, 영업이익 6252억원으로 34%, 105.7% 급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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