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대미 철강 수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양국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철강 수출 쿼터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 북한 도발 대응 △ 경제 안보 △ 국제 현안에 대한 기여 등이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의제는 '경제 안보'이다. 트럼트 행정부 시절 보호무역을 강화하며 시행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국가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시행하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232조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 규모를 2015∼2017년 3년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연간 268만톤만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유럽연합(EU), 일본은 미국과 철강 관세 타결에 성공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EU산 철강에 대해 연간 330만톤까지는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고 초과 수입물량에 대해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하기로 EU와 합의했다. 일본의 경우도 올해 4월부터 일본산 철강에 대해 125만톤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 2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미 수출 시 우리나라가 무관세로 혜택을 보는 면도 있지만 1년에 268만톤만 수출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철강 관세 협의를 한 EU와 일본은 무관세 물량을 넘어도 관세만 물면 수출을 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11일 만에 전격 방한하면서 '선물'을 갖고 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찬엔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 총수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 현대차그룹의 70억달러(약 9조153억원)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립 계획 발표 등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도 예고돼 있다. 이에 걸맞는 방한 선물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미 수출 규제가 완화되면 철강업계의 실적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원자재 공급부족으로 세계 각국으로부터 철강재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철강 수요는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확대 정책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석유·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나르기 위한 강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에너지용 강관을 미국에 수출하는 세아제강은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488억원, 5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5%, 280.5% 급증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러시아산 강관 수입을 금지하면서 미국내 에너지용 강관 수급이 타이트해졌다. 그 결과 1분기 한국의 에너지용 강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며 "하반기에도 높은 수준의 유가와 미국의 러시아산 강관 수입 금지 조치로 타이트한 북미 에너지용 강관 수급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