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판도가 바뀌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플랜트 발주가 줄어 신규 수주도 전년대비 59.2% 감소한 반면 유럽과 아시아 지역 신규 수주는 각각 157%, 51.2% 급성장하고 있다.
8일 EBN이 해외건설협회 수주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날까지 총 수주액은 105억1961만 달러(약13조228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112억8628만 달러)와 대비 7%, 재작년 동기대비 40.8% 감소한 수치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총액은 3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동발 대형 플랜트 발주량 감소로 총 수주액은 전년 대비 7% 감소했지만 동남아와 유럽에서 신규 계약이 늘어 수주 건수와 시공 건수는 각각 19%, 21%씩 늘었다.
중동 수주는 전년대비 59.2% 줄어 16억5599만 달러(약2조776억원)에 머물러 있다. 반면 아시아 신규 수주는 51.2% 늘어 67억 달러(약 8조4475억원)를, 유럽 수주는 지난해 동기(6억3401만달러)대비 157% 급증한 16억3098만 달러(약2조509억원)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 수주는 전체의 63.9%를 차지하고 있고 중동(15.7%)과 유럽(15.5%), 아프리카(2.2%), 중남미(1.7%) 순이었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39.3%)가 가장 많았고 건축(26.4%)과 토목(15.8%), 용역(13.6%) 순이다. 산업설비 가운데 화학공장 수주가 22억1615만달러(약 2조7517억원)로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우리 기업의 전통적인 수주원으로 꼽혀온 중동 지역 수주가 급감한 원인은 지난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요 산유국의 신규 예산 축소와 사업계획 변경 등이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유럽과 동남아에선 대형 사회간접자본(SOC)과 플랜트 발주가 이어졌고 올 들어 굵직한 신규 계약으로 연결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러시아 발틱 케미컬이 발주한 11억4260만 달러 규모의 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고 SK에코플랜트는 노르웨이 공공도로청이 발주한 3억9924만 달러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프로젝트(Rv.555)를 수주했다. 아시아에서는 대우건설이 올 1월, 2억4899만 달러 규모의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복합개발사업(B3CC1)을 따냈고 지난 3월 삼성물산이 5억8278만 달러 규모의 베트남 연짝 복합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체결했다.
기업별 수주액을 살펴보면 롯데건설의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 회사의 올해 누적 수주는 14억2104만 달러(약1조7622억원)로 전년동기(7491만 달러) 대비 1797% 증가했다. 이는 올 초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이 발주한 라인 프로젝트 두 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베트남 법인의 발주 물량도 계약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년 대비 820% 급증한 10억3033만달러(약1조2793억원)의 실적을 기록 중이고 GS건설도 382.6% 증가한 5억155만달러(약6227억원)의 해외 수주고를 보이고 있다. 또 자이씨앤에이(Xi C&A)는 LG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 등 LG계열사들의 해외 공사 수주로 전년대비 363.9% 성장했고 토목사업 주력 건설사인 엘티삼보(LT삼보)는 싱가폴과 홍콩 지역 SOC사업을 통해 수주고를 301.3% 끌어올리고 있다.
중견사 가운데 태영건설은 방글라데시 치타공 상하수도국이 발주한 하수처리장 디자인·시공·설치·시운전 공사를 통해 3억708만 달러(약3807억원)의 수주고 기록했다. 부영주택은 베트남 하노이 부영 국제아파트 개발사업과 관련해 3억1639만달러(약3922억원) 규모의 기간 금액을 등록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의 발주 감소로 플랜트(산업설비) 수주 비중이 크게 줄었고 전반적으로 수주액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만큼 향후 수년간 중동발 신규 발주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 편이고 ESG와 탄소중립은 해외 건설 수주의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