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에도 금리인상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연합

정부가 전·월세 매물을 늘리기 위해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등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았지만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6.21 부동산 정책이 임차인의 부담을 완화하고 전월세 물량을 출하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현재의 전월세 시장 불안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앞서 정부는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하는 상생임대인에 대해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에 필요한 2년 거주요건을 완전히 면제 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임대개시 시점에 1가구 1주택자에게만 해당되던 상생임대인의 개념도 향후 1주택자 전환 계획이 있는 다주택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임대매물 공급 자체를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에서 실거주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실거주 의무요건이 최초 입주가능일부터지만 양도·상속·증여 이전까지로 변경된다.

당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유통 매물을 늘리려면 거주요건을 완화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대책은 전세 유통 매물을 늘려 수급 여건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터이터랩장은 "여소야대 속 시행령 개정을 통해 움직일 수 있는 가용 정책카드를 총동원해 기민하게 대책을 준비한 건 긍정적"이라면서 "시장에 단기 임대차 물량을 확대시키는데 일조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전세시장 불안이 수급 문제 때문 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전월세 시장 불안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가 크다.

최근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 최고 상단은 5%를 훌쩍 넘어섰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전세대출 평균 금리는 연 3.26~5.35%로 5%대를 돌파했다. 개별 은행으로만 보면 6%를 넘긴 곳도 있다.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월세살이'를 택하는 수요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줄이는 대신 매달 월세를 내는 것이 부담이 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3.19%로 현재 4%대인 전세 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가령 은행에서 전세금 5억원을 금리 연 4.3%로 2년 간 대출받은 경우 매달 179만여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이에 비해 5억원짜리 전세보증금을 3억원으로 낮추고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세입자가 매달 내는 월세는 53만원 가량으로 2배 이상 낮다.

실제로 월세를 계약하는 세입자도 많아지는 중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확정일자 기준 전국 17개 시·도 임대차 거래량은 총 34만9548건으로 집계됐다. 임대차 거래량은 전월(24만8000건)에 견줘 40.9% 늘어난 수준이다.

부문별로 보면 전세 거래량은 14만7602건으로 한달 전보다 19.2% 늘었고 월세 거래량은 62.6% 뛴 20만1946건으로 집계됐다. 월세거래량은 지난 4월에 이어 두달 연속 전세 거래량을 앞지른 상황이다.

전국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월세 비중은 지난 4월 처음으로 50.07%를 넘어선 이후 5월에는 57.77%까지 치솟았다. 전·월세 가구 10곳 중 6곳이 월세인 셈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전세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해 반전세 형태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리가 올라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불안한 여건은 지속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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