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빨라지면서 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대출 금리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이자보다 월세가 더 저렴해지자 자발적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가에 이어 월세까지 오르는 등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월세 난민'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이 지난달에도 계속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시계열 통계를 보면 6월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3.6을 기록하며 전월(103) 대비 0.6포인트 올랐다. 2020년 2월(90.6) 이후 2년4개월 연속 상승이자 2020년 11월(91.9)부터 1년8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월세 가격 상승률은 지난달부터 크게 오르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종합 월세 가격 상승률은 0.16%로 전월(0.15%)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이는 올해 최고치다.
평균 월세 가격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부동산통계뷰어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올해 1월 104만3000원에서 지난달 105만3000원으로 올랐다. 서울 지역으로만 한정할 경우 평균 가격은 125만6000원으로 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높은 전세가 부담과 전세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월세 수요가 증가했다"며 "수도권, 특히 경기(0.27%)에서는 시흥·평택 등 저평가 인식이 있거나 정주 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위주로 인천(0.16%)은 교육 및 교통 환경이 양호한 미추홀·연수구의 주요 단지들 위주로 월세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월세 거래도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월세 거래 비중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1만5691건이다. 이 중 6180건(39%)이 월세 거래였다. 이달에도 28일 기준 전월세 거래는 9132건이고 월세 거래(3698건) 비율은 40%대로 소폭 상승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가 월세보다 높아지면서 월세 거래량이 증가한 것인데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도 오르는 중"이라며 "월세 비중과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임대차 계약 갱신이 끝나는 시점에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정부가 '상생임대인'에 대한 혜택을 제시했지만 5% 초과해 올리는 경우도 허용되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보증금 상승분 마련이 어려운 임차인과 종합부동산세가 부담되는 다주택자 임대인 사이에서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최근의 월세화 현상은) 주택 공급측면에서 소형주택 및 오피스텔 공급 비율이 커졌고 자금마련이 어려운 젊은 세대들이 임차시장에 유입되면서 월세 비중 증가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차시장에서의 주택 수요와 공급에 따른 영향을 감안했을 때 젊은 계층의 주거비 경감, 안정적인 임차계약을 위한 공급, 제도적 뒷받침 등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