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지난 3월 수주한 한화 약 7800억원 규모의 베트남 연짝 3·4호 복합화력 발전사업 조감도.ⓒ삼성물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이 수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사회가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 등지에서 신규 수주가 늘고 있지만 대형 수주의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에서는 여전히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협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1월1일~7월15일) 집계된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125억9214만 달러(한화 약 16조6745억원)다. 이는 전년 동기(149억8209만 달러·약 19조8362억원) 대비 16.2% 감소한 수치다.

수주 건수는 305건으로 전년(260건)보다 늘었지만 수주액은 줄었다. 올해 초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의 발주를 통해 각각 14억 1725만 달러(약 1조8543억원), 7억 5945만 달러(약 9938억원)의 수주고를 올린 데 이어 삼성엔지니어링이 러시아 발틱 화학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11억4260만 달러(약 1조4949억원)를 계약하는 등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형 수주가 없는 상태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으로 통하던 중동지역에서 수주액이 대폭 줄었다. 이날까지 집계된 중동지역 수주액은 29억3590만 달러(약 3조8413억원)로 작년 동기(41억8144만 달러·약 5조5395억원)보다 29.1%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중동 국가들의 발주 물량 자체가 감소한 데다 올해 초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등이 응찰해 기대를 모았던 22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줄루프(Zuluf) 육상 원유전 개발 사업과 UAE 애드녹(ADNOC)사가 발주한 15억달러 규모의 달마 가스 개발 프로젝트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현재 해외건설 수주는 중동이 아닌 아시아와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아프리카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해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66억3143만 달러(약 8조6957억원)로 전년 동기(65억1611만 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유럽 수주는 23억8058만 달러(약 3조1209억원)로 전년대비 14% 늘었고 아프리카 지역 수주는 2억4815만 달러(약 3253억원)로 지난해보다 97.4% 급증했다.

▶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왼쪽)과 압둘카림 알감디 아람코 부사장이 지난 5일 사우디 아람코 본사에서 파트너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현대건설

건설업계는 소위 돈 되는 중동발 대형 수주가 나와야 하락세인 해외 수주고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계속된 고유가 흐름은 중동국가들의 대형 발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중동 국가들의 발주가 지난해 말부터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고유가 흐름도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중장기 계획에 따라 발주하는 중동국가들의 신규 발주 물량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에 따라 주요 산유국의 재정수지가 플러스 전환하면 EPC 발주 증가와 투자 결정의 가속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적인 원전 수출 노력도 해외수주 증가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5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사와 건설 파트너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국내 업계의 중동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양사는 향후 아람코의 주요 신규 사업 수의 계약 및 입찰 시 인센티브 등을 제공받는 등 중장기 산업 개발 파트너로써의 지위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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