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25에서 판매 중인 원소주스피릿.ⓒGS25

일반 소주 판매량이 주춤한 가운데 가격이 10배 가까이 비싼 프리미엄 소주는 불티나게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프리미엄 상품에 소비가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소주 시장으로 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주류 및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에서 판매 중인 박재범 소주 '원소주스피릿'은 최근 전체 주류 상품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원소주스피릿 초도 물량이 출시 일주일 만에 바닥나면서 부동의 1, 2위 제품 매출을 넘어섰다. 주류 1위가 바뀐 건 매출 집계 이래 처음이다.

각 점포당 주류 발주량도 원소주스피릿이 가장 많다. 원소주스피릿 발주를 재개한 지난 22일부터 현재까지도 원소주스피릿은 입고와 동시에 품절되고 있다.

프리미엄 소주의 대표주자격인 원소주스피릿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면서 해당 시장 규모도 커져가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이달 프리미엄 소주 매출은 1년 만에 250% 올랐고, CU의 지난달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75.1%를 기록하며 일반 소주 8.1%를 뛰어넘었다. 2030세대가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를 두고 2030세대가 와인, 위스키에서 프리미엄 소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 기간 2030들의 와인 구매는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반면 프리미엄 소주 구매액은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와인과 위스키 가격이 줄인상되는 와중 프리미엄 소주는 평균 1~2만원이면 살 수 있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와인, 위스키를 즐기던 소비자들이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해서 갑자기 일반 소주를 찾진 않는다"면서 "불황에도 합리적인 지출로 기분은 내고 싶은 일명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가 주류 시장까지 침투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 세븐일레븐은 프리미엄 소주 '임창정 소주한잔'을 출시한다. 프리미엄 소주는 제품별로 풍미와 맛에서 차별화가 가능해 앞으로도 개성 있는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참이슬.ⓒ연합뉴스

프리미엄 소주가 날개 돋힌 듯 판매 실적을 올려가는 동안 1000원대면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소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년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는 있으나 성장세로 보면 한 자릿수에 그쳐 프리미엄 소주와 격차가 크다.

주 고객층인 4050세대도 일반 소주보다 프리미엄 소주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을 2~3병 사는 것보다 요즘에는 서울의밤처럼 가격대가 있는 소주를 1병 사가는 4050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서 넉달째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 소주 1위 제조사인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진로 등 소주 제품 출고율도 정상 대비 60~80%로 뚝 떨어진 상태다. 넉달째 이어지고 있는 쟁의 때문에 정상 출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의 화물운송 위탁사 수양물류 소속 일부 화물차주들은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3월 30일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류 성수기인 여름철임에도 하이트진로는 1~2일이면 소진될 물량밖에 출고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약 10만명에 달하면서 다시 홈술족이 증가, 프리미엄 소주로 수요가 더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 원·부자재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소주 주원료인 주정(에탄올), 병뚜껑, 제조경비 등이 14%으로 오르면서 3년 만에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인상했다. 다만 원가 상승률의 절반 수준인 7.9%만 반영했다. 한 소주업계 관계자는 "라면과 함께 소주는 '서민'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출고 가격을 100원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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