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짜 재개발로 손꼽히는 경기도 성남시 구도심 정비사업지들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공사비 인상 요인이 커진 것이 원인이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마감된 성남 수정1구역 재건축 시공사 2차 입찰에 단 한곳의 건설사도 응찰하지 않았다.
이 사업장은 전달 열린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DL이앤씨·제일건설 등 5개사가 참여하며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모두 '사업성'을 이유로 발을 뺐다. 해당 구역은 지난 4월 진행된 1차 입찰 마감에도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
수정1구역은 예상 공사비만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대단위 사업장이다. 공동주택 5259가구, 오피스텔 312가구 등 총 5571가구가 들어서기 때문에 수주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수주 실적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3.3㎡당 공사비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응찰하지 않았다. 조합과 LH는 1차 입찰에서 3.3㎡당 공사비 495만원, 2차에서 3.3㎡당 510만원 수준으로 다시 제시한 바 있다. 건설사들이 책정한 수도권 평균 공사비(3.3㎡당 560만~580만원)와 차이가 크다. 3차 입찰에서 제시한 공사비가 2차와 동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3차 입찰 역시 유찰될 가능성이 있다.
이달 2차 입찰이 예정된 신흥1구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사업장 역시 공사비 1조원 이상의 대단위 재개발 지구다. 4183가구 조성, 일반분양 3471가구, 임대 712가구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1월 시행한 현장 설명회에는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 역시 공사비가 문제가 됐다. 신흥1구역 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앞서 유찰된 수진1구역과 같은 495만원이다.
이에 지난달 6월 공사비 인상을 안내하며 2차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결과 GS건설, DL이앤씨, 코오롱글로벌, 제일건설 등 4곳의 대형 건설사들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사비를 3.3㎡장 510만원 이하로 하면서 흥행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신흥1구역 2차 본입찰 마감은 이달 18일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근 수도권 지역의 재건축 공사비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공사비를 요구하는 듯 하다"라며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대부분이 발주 조건과 도급액 등을 볼 때 사업성이 부족한 곳이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착공을 앞둔 일부 정비사업지 대부분에서 적자시공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기존사업지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수지타산이 나오지 않을 경우 무리해서 시공권을 따내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합측은 현재 제시한 공사비는 적당 수준이고 변경한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이 늦어지면서 주택 공급 및 분양 지연 우려가 나온다.
수정1구역 조합 관계자는 "지난 2차 입찰에 제시한 공사비는 LH와 조합이 함께 산정한 적당 가격"이라며 "3차 입찰에서도 2차와 동일한 가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