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만에 대형마트 월 2회 영업제한이 완화된다고 해도 전통시장보다는 이커머스와 편의점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폐지를 두고 촉발된 사회적인 갈등을 대형마트-전통시장간의 대립으로 두기 보단, 유통 트렌드인 온라인-오프라인 소비 구도에서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완화하자는 데 대한 국민 의견부터 듣기로 했다. 지난 5일 시작된 국무조정실 규제심판 온라인 토론창에는 현재까지 300여명이 참여해 찬반을 논의,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이번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의견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의견은 "휴무일 이전에 마트를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리거나 지역상품권 등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데 소비자의 편의를 이렇게 법적으로 규제해야 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들에게도 쉴 수 있는 휴일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배불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대형마트 주 1회도 아니고 월2회 쉬는건데 그것마저 제한하면 입점해 있는 점주들은 언제 쉬라는 건가. 쉬려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어떻게 해야하나?"라며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당초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매월 2회 의무휴업,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대형마트 때문에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으니 이를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줄임으로써 되살려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전통시장이 얻은 실익은 수치상으로보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제 이 기간 대형마트 점포수가 2012년 383개에서 2017년 423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408개로 줄어든 사이, 전통시장 또한 1517개에서 2020년 1401개로 축소했다.
온라인 토론창에서도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반대에 "대형마트가 쉬어야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는다"는 주장을 한 의견은 소수에 그친다. 오히려 "대형마트 점주들도 이때 아니면 쉴 수가 없다"는 주장이 더 많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쉰다고 해도 전통시장을 찾진 않는다. 이커머스로 주문하면 당일배송되는데 뭐하러 직접 밖에 나가 사오는 수고를 하겠느냐", "요즘 편의점가면 다 있다. 1~2인가구들은 편의점에서 식자재를 구입하는 게 보편화됐다"며 대형마트 영업시간 완화 여부 자체가 크게 중요치 않다는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수가 동반 하락하는 사이 편의점은 몸집을 크게 불려갔다. 편의점은 영업시간 제한이 없고 매년 수천개의 점포를 신설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리고 있다. 가공식품 등을 위주로 취급하던 편의점들은 최근 각종 채소 등은 물론이고 육류까지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온라인 주문 후 픽업 서비스, 즉시배송 서비스 등을 도입해 수요를 꾸준히 유입 중인 점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은 대형마트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기도 했다. 편의점들은 올 상반기에만 700여 개 점포를 늘렸고, 역대 최대 실적을 목표치로 삼고 있다.

대형마트-전통시장 갈등 '흑백논리' 지양해야
업계는 대형마트를 '각 점포 자체가 이제는 올드한 전통시장 취급을 받고 있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 8일 전국 전통시장 및 슈퍼마켓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유통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및 편의점' 쇼핑 전성시대에서 전통시장이 살아남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통업계에 종사 중인 한 전문가는 "동네장사를 타깃으로 하는 소상공인들이 온라인을 통해서도 동네장사를 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하는 수순이 필요하다"면서 "SNS나 당근마켓 등을 통해 홍보를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소상공인 중심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 식자재를 납품하거나 대형마트 및 편의점 등에 PB상품을 공급하는 대다수의 중·소상공인들이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온라인 판로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울시 송파구 새마을시장 내 한 정육점은 온라인 판매처 개설을 고심 중이다. 주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판매를 해보겠다는 심산이다.
이곳 정육점을 운영 중인 A씨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직접 가게로 사러오는 손님들보다 배달 주문이 부쩍 늘었다"면서 "전화 주문보다는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더 편한 손님들도 고려해 지역구 차원에서 운영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부쩍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이번 갈등이 대형마트와 전통상인으로 나뉘는 흑백논리로 보이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