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연합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집중된 곳은 이번에도 강남 서초 일대였다. 막대한 강우량에 따른 처치 용량이 원인이지만 상습적인 침수 발생과 그에 따른 개선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수해는 반복되면서 서울시의 예방 대책이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서초 일대는 서울 시 내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으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동네'로 통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많은 양의 비만 내렸다 하면 수해가 뒤따르지 않는 법이 없어 '집값 배반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 지역의 수해는 '피해·복구'만 10년 넘도록 되풀이하고 있지만 여전히 속수무책인 상태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어제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 85㎜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이에 따라 강남역 일대가 대부분 침수됐다.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지하철 사당역, 삼성역, 이수역, 대치역, 광명사거리역, 신대방역, 상도역, 서원역, 선릉역, 동작역, 구반포역 등이 침수됐으며 개포, 일원, 구반포, 금하, 염곡동서, 구로역, 구로, 목동교 서측, 신길, 동작, 신원지하차도 등의 지하차도가 물에 잠긴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 서초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 지역으로 꼽힌다.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서초와 역삼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인 데다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 부족 때문이다.

특히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가 많고 서운로 하수관로로 빗물이 집중되면서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는 게 다반사다.

문제는 그동안 다수의 수해 이후 대책안을 세웠음에도 피해 발생을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0년과 2012년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었고 이후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침수대응 능력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 등이 개선대책의 내용이다. 그러나 2020년 8월에도 강남역 일대가 또다시 침수되며 물바다가 됐다.

5년이 넘도록 당시 개선대책은 제자리 걸음 중인 것도 문제다.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하천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하천수위보다 낮은 저지대의 경계를 조정해 빗물의 배출방식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애초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인해 2024년까지 연장된 상태다.

반포천 유역분리터널(교대역∼고속터미널역 총연장 1162m)은 2018년 착공해 올해 6월 완공됐다. 분리터널 공사 완료로 30년 빈도(시간당 95mm)의 강우를 방어할 능력이 확보됐지만 여전히 이번과 같은 기록적 폭우를 처리할 정도는 안됐다. 해당 개선대책에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국 효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30년 빈도 강우 대응을 목표로 대책을 마련해왔는데 이번과 같은 폭우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협의해 강우 대응 목표를 올려야 한다"며 "예산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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