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농축수산물은 7.1% 오름세를 기록했다.ⓒ연합뉴스

추석을 한 달 여 앞둔 가운데 또 한번의 폭우가 예고돼 채소와 과일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미 크게 오른 채소 가격이 추석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는 전국 산지를 통해 물량을 확보, 최대한 수급을 안정화해 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1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강원, 경기, 충북 등 중부권에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이곳에서 주로 재배되는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전날 기준으로 무 20㎏ 도매가격은 2만9000원으로 일주일 전(2만2920원)보다 26.5% 상승했다. 배추 10㎏ 가격은 4.6% 오른 2만360원, 감자 20㎏ 가격은 8.5% 오른 4만4840원으로 집계됐다.

무, 배추, 감자는 시설이 아닌 노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출하 지연으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오는 15일부터는 7호 태풍 '무란'과 8호 태풍 '메아리'의 간접적 영향으로 이 지역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물폭탄이 올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 추가 가격 상승이 점쳐지고 있다.

한 백화점 식품 MD는 "강우 직후 폭염까지 닥치면 무름병(배추·무)과 탄저병(고추) 등 병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비온 뒤 기온이 얼마나 상승 하느냐에 따라 시세 여부가 결정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추석 연휴에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충청 지역에서 8월 중순에 수확하는 오이와 호박 등은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명절 음식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시금치 가격도 크게 오른 상태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시금치 한 단은 6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깻잎과 미나리 가격도 역대 최대 수준의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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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가격도 추석이 가까워질수록 비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년 대비 이른 추석에 사과, 배 시세가 오름세인데 긴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해 과일 색이 덜 나고 있는 점이 한 이유로 꼽힌다.

추석 선물세트용 과일 상품보다는 일반 판매 상품 가격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대형마트 관계자는 "선물세트용 제품은 6개월전부터 미리 매입해두기 때문에 공급 축소, 가격 변동 등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비교적 비 피해가 적은 경상, 전라권에서 채소와 과일 물량을 끌어올 계획이다. 더불어 정부는 비축물량과 농협 계약재배 물량 등을 활용해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폭우로 농작물 232㏊가 물에 잠기고, 가축 2만533마리, 꿀벌 660군이 폐사했다고 집계했다. 비닐하우스 0.1㏊, 농경지 2.3㏊도 유실·매몰된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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