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윤석열 정부의 첫 특별사면이자 6년 만에 단행된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복권된 가운데 롯데 계열사들도 새롭게 뛰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사면·복권 이후 입장문을 통해 "혁신사업 육성"을 강조하며 발 빠른 변화를 예고해왔다. 한때 '굼뜬 공룡'으로 불리기도 했던 롯데 계열사들은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심기일전해 변신하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계열사들은 국내 최고층인 롯데월드타워 광장을 통해 사시사철 모습을 바꾸며 시민들에게 화려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석촌호수를 둘러싼 잠실 일대는 롯데그룹에 있어선 탄생 모태이자 심장부로 통한다.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월드, 롯데호텔 등을 보유한 롯데는 계열사 세븐일레븐을 통해 이번엔 새로운 광장 마케팅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 7000만봉이 팔린 포켓몬빵 열풍에 착안한 세븐일레븐은 내달 12일까지 롯데월드타워 광장에서 670평 규모의 포켓몬스터 플레이존을 운영 중이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는 포켓몬 플레이존에는 높이 15m의 초대형 피카츄 아트벌룬을 비롯해 이브이, 꼬부기, 이상해씨 등 약 30여개의 인기 포켓몬 조형물을 볼 수 있다.
포켓몬 플레이존에는 이밖에 '피카츄 선물박스 포토존', 노란 장미 711송이로 피카츄를 형상화한 '조화 포토존', 포켓몬 얼굴이 새겨진 '피크닉텐트' 등도 함께 설치됐다.
세븐일레븐 점포를 오두막 형태로 구현한 '오두막 스토어'도 있다. 포켓몬 플레이존 내에 포켓몬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각종 포켓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피카츄 얼굴 모양 용기의 도시락 피카츄 오므라이스, 포켓몬 스파게티, 포켓몬 키링, 페이스 피규어 등이 판매될 예정이다.

다양한 행사도 진행한다. 내달 4일까지 스마일링 포켓몬 플레이존 방문 고객에게 매일 포켓몬빵 711개를 선착순 한정 판매한다. 임시매장에서 포켓몬 굿즈를 3만원이상 구매한 고객 3000명에게 포켓몬 가방을 증정한다.
또한 오는 25일까지 매일 플레이존 방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사진을 올리는 선착순 100명에게 피카츄 헬륨 풍선도 제공한다. 이외 플레이존과 잠실 인근 점포에서 스마일링 포켓몬 손부채 10만개를 무상으로 배포한다. 김병철 세븐일레븐 마케팅팀장은 "국민들이 세븐일레븐과 함께 웃을 수 있도록 스마일링 포켓몬이라는 콘셉트를 갖고 플레이존을 기획했다"며 "스마일링 포켓몬 플레이존에서 가족, 친구, 연인들과 다양한 인증샷을 찍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그동안 롯데 유통 계열사로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세븐일레븐이 이처럼 롯데 심장부 잠실 광장 전면에 등장한 것을 이례적인 마케팅 사례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3월 롯데지주가 한국미니스톱을 품에 안으면서 세븐일레븐이 CU와 GS25에 이어 3강으로 등극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면서 야심찬 마케팅을 펼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서 세븐일레븐은 CU와 GS25의 현 양강체제를 흔들고 자신들을 바짝 뒤쫓는 이마트24와의 격차를 더 벌일 수 있게 됐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점포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흡수하면서 '바잉파워'를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과거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도 했던 세븐일레븐은 신 회장에 있어 대표이사 사장 첫 타이틀을 갖게 한 계열사로 의미심장하다"면서 "그렇다보니 미니스톱 인수전에 롯데가 승부수를 던져 세븐일레븐 사업을 강화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에 앞서 롯데홈쇼핑도 롯데월드타워 광장에서 '광장 마케팅'을 통해 시민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지난 4월 롯데홈쇼핑은 이곳에 15m 특대형 벨리곰을 설치한 '어메이징 벨리곰' 전시를 열고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전시 기간 동안 총 325만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2016년 석촌호수에 설치된 '러버덕' 공공전시 때 보다 4.5배가 넘는 방문객이 찾은 것. 벨리곰 관련 상품 매장도 연일 품절 사태가 빚어졌고 같은 기간 롯데월드몰 일일 방문객도 30%가량 뛰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같은 '광장 마케팅'이 흥행하자 롯데물산은 지난 7월 영화 '미니언즈2' 주인공인 미니언즈 조형물을 전시했고, 이달 들어선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연등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밖에 롯데월드타워 123층을 오르는 수직마라톤과 이색 스포츠 대회인 '롯데 Oe 레이스'를 개최하며 롯데월드타워 광장은 명실공히 서울 동남권을 대표하는 이벤트 장소로 부상한 모습이다.

이같은 행사 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의 뷰티 팝업스토어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이 아닌,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샤넬의 대표적인 향수 '넘버5' 100주년 기념 아이스링크장이, 지난 봄에는 백화점업계 처음으로 발렌티노 뷰티 팝업스토어가 오픈 했다. 이어 지난 4일부터 열흘간 에스티로더 갈색병 출시 40주년 대형 팝업스토어도 실시됐다.
과거의 '굼뜬 롯데' 버리고 진취적으로 변화 바람 모색
이처럼 롯데그룹 랜드마크인 잠실이 주 소비층 MZ(밀레니얼+Z)세대가 즐겨 찾는 곳으로 부상하고 대형 상권으로서 명맥을 부활하자 롯데 계열사들은 과거의 '굼뜬 롯데'를 버리고 진취적으로 변화 바람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 롯데백화점이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한층 더 롯데는 고무된 모습이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롯데쇼핑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882.2% 급증한 744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롯데쇼핑은 코로나 기간 동안 실적 악화로 고전했는데 2분기에는 롯데쇼핑 '맏형' 격인 롯데백화점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유통 1번지'로서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외부에서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P&G 출신)과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 대표(신세계 출신)을 영입한 파격 인사가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에 충격파를 던졌다는 평이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반등세는 하반기에 더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며 "올해 연간 순이익이 턴어라운드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2일 사면·복권이 확정된 신 회장이 사법적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냈다는 점도 그룹 미래에 긍정적이다. 이날 바이오와 전지 소재 등 신사업 육성을 통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롯데는 입장문을 통해 "사면을 결정해 준 정부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신동빈 회장과 임직원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면·복권을 계기로 부담을 털어낸 신 회장은 본격적으로 현장 경영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는 우선 지난 5월 내놓은 5년간 37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이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8조 1000억원은 유통 사업군에 수혈된다.
이를 통해 유통 사업군은 상권 발전 및 고용 창출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서 고용 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 잠실점 등 핵심 지점의 리뉴얼을 차례로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1조원을 투자해 제타플렉스, 맥스, 보틀벙커 등 새로운 쇼핑 문화를 형성하는 공간을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