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에 혜성같이 등장해 상장 의지를 밝힐 만큼 급성장한 컬리·오아시스가 초기 새벽배송 장보기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사업 범위를 무한 확장하고 있다. 신선한 재료를 배송해주며 식탁을 차리는 데 도움을 줬던 이들 기업은 지금은 하나같이 '기왕이면'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파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장을 앞둔 이들 기업의 사업 확장성이야말로 필연적이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일부에서는 자신만의 전문성인 그로서리(식재료) 배송에 대한 매력도가 퇴색됐다는 고객 평가가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22일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6개월 이내 상장 시기를 확정해 관련 프로세스를 진행하게 된다.
컬리는 2014년 더파머스란 이름으로 설립된 전자상거래 업체(이커머스)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인 마켓컬리란 사업을 시작해 1호 새벽배송업자로서 맞벌이 부부의 장보기 고민을 단번에 해결했다는 이력을 갖고 있다.
특히 소비자 요구와 시장을 잘게 쪼개 식료품 영역에서 맞춤형 상품과 큐레이션된 상품을 제공하며 컬리는 개인 취향을 극적으로 맞춰주는 특수성을 인정받아 시장에 안착했다. 현재는 판매품목을 식료 화장품, 의류, 전자기기, 대형가전 등으로 확대했으며 뷰티 특화 버티컬 서비스 '뷰티컬리' 프리 오픈도 마친 상태다.
심지어 항공권·렌터카· 호텔숙박 예약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 결과 취급 품목은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 1만여개를 판매하던 컬리는 올해 3~4만개의 다양한 상품을 취급 중이며 자체브랜드인 '컬리온리'에서만 1년에 약 100만개 비식품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서비스 지역도 수도권 일부에서 충청, 대구까지 확대해 향후 전국구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컬리의 확장 지향적 성장 방향은 상장을 앞둔 몸집 불리기로 풀이된다. 신선식품보다 가격대가 높아 외형 불리기가 수월한데다 올해~내년 상장을 앞두고 매출을 키워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특히 배송 지역 확대는 상장을 앞둔 컬리로선 수익성 면에선 불리하다. CJ대한통운에 외주를 주는 만큼 눈에 보이는 매출은 늘어도 수익성은 떨어지게 되어서다. 개발자와 인력채용도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항공권·렌터카 등 재고 부담이 없는 갖가지 서비스를 판매해 매출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컬리 측은 "컬리 고객층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도록 상품을 다양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컬리를 애용했던 한 30대 여성 직장인은 "컬리를 통해 일반 마트에 없는 먹거리를 골라 주문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잡다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가면 예전과 같은 아늑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컬리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로 4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자산이나 매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미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평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 성장에 중점을 둔 컬리로선 활성고객 수(Active Customer)를 늘리고 이들 고객이 구매하는 구매액을 늘릴 수 있도록 사업 다각화로 상품 품목을 확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렇다보니 컬리 이용자들 사이에선 고객 취향을 극적으로 맞춰주던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와 상품 선택권이 늘어났다는 긍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객은 혼란스럽고 서비스는 복잡해졌고 식료품에 전문성을 발휘하는 정체성이 흐려졌다"면서 "이 회사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이유는 투자금으로 운영돼왔기 때문에 고객은 점점 빠지게 되고 투자자가 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버티컬커머스'라는 과거 모습이 퇴색됐단 얘기다.
반대로 "컬리 어플리케이션에서 장보기와 다른 구매도 진행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탈 플랫폼 네이버처럼 다양한 제품을 한번에 파는 시스템이 편리하단 얘기다. 컬리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614억원, 영업적자는 2177억원이다. 매출이 64% 늘어난 만큼 적자도 전년도(1163억원)에서 확대됐다.
컬리의 경쟁사인 오아시스도 사업 확장성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2011년에 설립된 오아시스는 당시 우리생협의 물류를 대행하던 업체로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먼저 시작한 기업이다. 이후 친환경 신선식품을 새벽배송 서비스에 접목한 오아시스마켓을 시작하며 장보려는 소비자의 생활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7월 온라인몰 회원 수 100만명을 달성했다고 밝힌 오아시스는 현재 20만 종류의 상품과 신선·냉동식품을 관리할 수 있는 최첨단 의왕물류센터를 오픈하며 1일 20만건 배송을 목표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지분 참여에 나선 파트너사도 늘어났다. 오아시스마켓은 지난 2월 홈앤쇼핑으로부터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데에 이어 6월에는 이랜드리테일에 오아시스마켓 지분 3%를 330억 원에 매각하는 등 투자 유치에 나섰다. KT그룹의 커머스 전문기업 KT알파와는 공동합작법인 설립에 나선다. 합작법인 '오아시스알파'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품을 주문하면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인 ' 온에어 딜리버리'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같은 오아시스의 성장 가도는 컬리와 같이 상장과 투자자의 엑시트를 앞둔 상황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오아시스마켓 누적 투자금은 1026억원, 모회사 지어소프트 투자금액까지 합하면 1226억원에 달한다. 상장도 증시 상황과 내부 환경을 검토해 연내 거래소에 예비상장 심사 신청을 낼 가능성이 높다.
적자인 컬리와 달리 오아시스는 흑자를 기록하며 사업 확대 중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1억 9000만 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171% 성장했다.
업계에선 컬리와 오아시스가 비록 초기모델인 식료품 버티컬 플랫폼에 머물지 않고 사업 다각화로 외형을 불리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봤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관리가 까다로운 신선식품으로 몇 백원 마진을 남기는 것에서 나아가 품목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1인당 구매액을 계속 늘려가는 것이 e커머스 사업의 핵심"이라면서 "상장을 앞두고 투자사들과 청사진을 논의하면서 사업의 기본값은 매출을 키워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방향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다만 단일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버티컬 플랫폼을 선호하는 기존 고객층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이른바 '식료품 팬층'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컬리와 오아시스가 네이버·쿠팡과 다른 매력(큐레이션된 신선식품과 식재료)을 보여주며 시장에 안착하며 '종합몰 대 버티컬'이라는 새로운 대결 양상을 보여줬는데 컬리와 오아시스도 결국 네이버·쿠팡과 비슷해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기업계에선 버티컬 플랫폼들의 차별화 전략이 무색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품종 대량판매의 네이버·쿠팡이 되기 보다 더 많은 양질의 상품과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소비자에게는 개인의 취향에 맞는 여러 물건을 적시에 소개해준 초기 모델을 구사해온 컬리와 오아시스가 몸집이 커지고 다양한 투자사·파트사를 두면서 초기 차별적으로 보여준 전문성과 색채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