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어려움 가중과 경기둔화 우려에도 물가를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실질소득 감소로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음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겠으나 인상폭에 대해서는 이에 앞서 결정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글로벌 경제흐름 등을 보고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11월 24일 열리는 마지막 통방회의에서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나 인상폭에 대해서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정례회의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통방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기존 2.50%에서 3.00%로 0.50%포인트 인상키로 결정했으며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이창용 총재는 "최종금리가 3.5% 수준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다수의 금통위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고 이보다 낮게 보는 위원도 있다"며 "현재 물가전망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는 5%를 상회하는 물가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5% 이상의 물가오름세가 지속되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하고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물가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0.50%포인트 인상이 금융시장 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 근거해 금리인상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 0.50%까지 낮아졌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이후 2.50%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이와 같은 금리인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상승률을 1%포인트 정도 둔화시키고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전후로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가계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약 12조2000억원 늘어나고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약 1%포인트 정도 둔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이와 같은 전망에 기반해 통화정책을 결정했다.

회의 직후 공개된 통화정책방향에서 금통위는 이번 금리인상 배경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를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환율만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통화정책 결정에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창용 총재는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를 올려서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기간 늦출 위험이 커지고 평가절하 자체가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 이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두번째 빅스텝이 단행됐지만 두 명의 금통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음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통방회의 방향성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나 전반적인 의견은 불확실성이 심한 만큼 11월 FOMC 결과 등 향후 나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11월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FOMC 결과와 영국 금융시장, 내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에 국제 금융시장이 워낙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요인들을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으로 취약계층과 부동산을 구매한 신혼가구 등의 고통이 굉장히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으나 물가오름세를 잡지 않으면 실질소득이 감소하므로 거시적으로는 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며 "어느정도 물가가 잡히면 성장정책으로 전환해야겠지만 재정이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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