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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쏟아올린 레고랜드사태가 건설업계를 흔들고 있다. 레고랜드 기반공사를 담당한 동부건설이 공사대금 135억원을 받지 못하면서 지역 하도급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27일 강원도는 기자회견을 갖고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와 관련된 강원중도개발공사(GJC) 보증 채무 2050억원을 전액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반공사 시공사에 지급해야하는 공사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파장은 시공사, 지역 중소 건설사 등 건설업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인한 시공사 피해는 약 135억8128만원이다. 기반 조성 시공사인 동부건설이 지난 11일 지급받아야 했지만 아직 공사대금이 집행되지 않았다. 또한 강원중도공사 기업회생이 결정되면서 향후에도 대금이 집행 될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문제는 공사비 미 집행이 동부건설을 비롯한 하도급 중소 건설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레고랜드 일대의 기반시설 공사는 시공사인 동부건설을 비롯해 26개 협력사가 참여했다. 하도급 업체별 미수령 공사대금은 적게는 3000만원, 많게는 24억원에 이른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에서 나온 대금을 시공사가 받아 하도급 기업에 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강원도에 제 때 대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하도급 대금을 정상 지급해 왔지만 이번 디폴트 사태로 신뢰가 뒤집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회생절차가 진행되면 모든 재산이 회생채권으로 묶이기 때문에 대금을 받기 어렵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강원도에서 협상 테이블을 열어뒀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강원도측이 책임을 미룰 경우 모든 하도급 대금 부담은 동부건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도급 건설사들의 계약 대상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아닌 동부건설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강원도와의 대화에 전념할 뿐 자체 자금 집행 고려는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동부건설의 규모를 봤을 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실액 약 135억원은 동부건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50억원의 54%에 해당한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612억원, 2020년 481억원에 그쳤고,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6억원 불과하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동부건설이 강원도에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꼈을 것 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수차례 유찰 및 계약 파기 끝에 지난 2020년 동부건설이 시공사를 맡게 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부지조성사업은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이 예견됐기에 건설사들이 시공을 꺼려했다"라며 "동부건설의 경우 사업 수주 시점을 전후해 강원도에서 발주한 다수의 공사를 진행중이었고, 이에 낮은 사업성에도 도의적으로 사업을 맡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수주 후에도 직전 건설사가 제기한 위법 주장, 경찰 진정 등 각종 잡음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며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했기에 지방정부에 느끼는 실망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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