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유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이번주 원유가격 협상을 두고 "이사회가 열린다고해도 협상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유가격 인상폭을 두고 정부와 유업체, 그리고 낙농가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다보니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유업계는 저출산, 수입산 반값우유 등으로 고비를 겪고 있다. 유업계에서는 "푸르밀 사업종료 소식에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원유가격 대치까지 길어지면 제조사측 대책 마련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36.6kg에서 2021년 32.0kg으로 줄었다. 저출산 여파가 컸다. 지난 20년간 출생아 수가 60만 명대에서 20만 명대로 감소하면서 분유 시장도 매년 10%씩 쪼그라들었다. 저출산은 우유 고정 소비처인 학교나 군대 우유 급식량 등에도 도미노 영향을 미친다.

그나마 남은 시장은 수입 유제품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폴란드산 멸균 우유는 국내 제품의 반값에 그친다. 유가공 업체도 원가 부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원유를 찾고 있다. 미국·유럽과의 FTA에 따라 2026년부터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면 수입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유업계는 실적 악화에 시달린 지 오래다. 매일유업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간 대비 28.2%(429억 원→308억 원) 줄었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1∼6월) 영업 적자가 422억 원으로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범롯데가인 푸르밀은 4년 간의 손해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사업종료를 결정했다.

건강기능식 등 다른 사업을 타개책으로 삼았지만 아직 우유사업 손해를 상쇄할 정도의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 역량이 부족한 중소 우유업체는 사정이 더 좋지 않다. 이들은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낮아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제품 생산을 의뢰받아 매출을 내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는데 우유 소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문제"라며 "제2의 푸르밀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고 언급했다.

▶ 지난 9월 16일 오후 세종 낙농진흥회에서 열린 제3차 임시 이사회.ⓒ연합뉴스

이달 초 원유가격 도출 예정…변수 남아있어

유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이 현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는 최선의 단기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유의 기본원료인 원유와 완제품 가격 차이를 키우는 게 최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음용유와 가공유 간 가격에 격차를 두는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고, 원유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앞서 정부와 유업계, 낙농가는 실무자 협상을 통해 인상폭을 조율해 왔다.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 18원에 올해 상승한 생산단가 34원까지 합친 52원±10%(47~58원)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낙농가의 주장에, 정부와 유업체는 과한 인상폭이라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낙농진흥회는 일단 예정대로 이달 초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결과에 따라 원유가격 인상폭은 이번주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는 이사회에서 원유가격 인상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줄곧 주장하면서 낙농가측에 원유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자 협상이 순탄하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정부가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어서 이사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원유가격 인상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원유가격 인상분이 결정되어야 제품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을 지 결론날 전망이다.

업체들은 일단 유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1일부로 바리스타룰스와 마이카페라떼 14종에 대해 11% 올렸고, 남양유업은 이날부터 컵커피 11종의 제품 가격을 7~12% 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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