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해운업이 물동량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컨테이너와 벌크선의 업황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컨테이너의 경우 신조의 대량 인도에 따른 공급 증가로 운임이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에 벌크선은 수요 증가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타이트한수급이 유지되며 운임도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기준 전주 대비 136.45포인트 떨어져 1306.84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8월 말(1263.23)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내년에도 SCFI는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투자와 소비가 줄며 물동량을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2022년 연간 물동량 감소율을 2~4%로 추정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컨테이너 물동량은 작년보다 2.5% 감소할 것"이라며 "오는 2023년 물동량은 전년 대비 0.7% 증가가 기대되나 증가폭이 미미하다"고 봤다.
문제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둔화되는데 공급은 증가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선주사들은 2021년의 유례없는 컨테이너 호황에 힘입어 대량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바 있다. 이 중 상당량의 선박이 내년 인도된다. 이에 컨테이너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연초 선복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신조 물량이 해운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라며 "2023년 국제해사기구(IMO) 규제의 시행으로 폐선량이 증가한다 해도 6% 이상의 선복량 증가율이 예상되는데 해운 수요는 이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 컨테이너 운임은 연중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SCFI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정 연구원은 "컨테이너 선사들의 공급 조절로 인해 코로나19 이전보다 운임은 높을 전망이나, 운임 하락 등으로 인한 실적 하향 추세가 2023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9.4% 감소한 11조2414억원, 영업이익은 69.4% 급감한 3조1432억원으로 추정된다.
벌크선도 컨테이너선과 마찬가지로 내년 수요 전망이 밝지는 않다. 그러나 벌크선은 컨테이너선과 달리 그동안의 저조한 신조 발주로 인해 공급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양 연구원은 "2023년 연초 선복량의 약 3% 내외에 해당하는 선박이 신규 공급될 전망인데 수요 상황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서도 "그러나 IMO 환경규제 시행이 2023년으로 예정돼 있어 노후선의 폐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신규 공급량과 비교해 상당 규모에 해당하는 기존 선박이 퇴출됨으로써 선복량 증가율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완화되면 벌크선 물동량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이자 생산국으로서 철광석, 석탄 등 벌크선 물동량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운임 상승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2023년 벌크선 운임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연평균 2025로 2022년 평균 대비 5% 상승할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