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대우조선해양.

20개월 넘게 오르던 선가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가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공급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선박 제조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더 인상되진 않을 것으로 보여 선가가 그동안의 상승세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1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61.69로 전달보다 0.27%포인트 떨어졌다.

신조선가지수는 새로 만든 배의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비용을 100으로 놓고 매달 가격을 비교해 매긴다.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선가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21개월 연속 올랐다. 8월 162.12로 고점을 기록한 후 9월(161.94) 소폭 하락했다가 10월(161.96) 상승했다. 그러나 한 달 만인 11월(161.69) 떨어지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선가가 지난 21개월 간의 상승기 때처럼 오르긴 어렵겠지만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선가 상승은 원자재값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라며 "후판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진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앞으로 선가가 급격하게 상승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원재료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추가 선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국내 조선사의 높아진 가격 협상력을 감안하면 가격 강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후판값은 떨어지고 있다. 상반기 톤당 120만~130만원이던 후판 유통가격은 하반기 110만~120만원대로 낮아졌다. 대형 조선 3사와 철강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인하'를 기조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형 조선 3사는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도크를 다 채웠다. 특히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수주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경우 오는 2026년 물량까지 도크가 거의 다 찬 상태다. 공급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롭게 발주되는 LNG선에 대해서는 조선 3사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LNG운반선 가격은 역사상 최고가인 2억5000만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11월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 가격은2억4800만달러를 기록했다.

LNG선의 향후 수요 전망도 밝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있다. EU가 러시아가 아닌 미국·카타르 등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려면 바다를 건너 천연가스를 실어나를 LNG선이 필요하다.

또한 LNG 자체가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친환경 연료라는 점에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기본설계 단계인 글로벌 천연가스 액화 프로젝트는 2억9000만톤으로 2028년까지 해당 프로젝트들이 완공된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391척의 LNG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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