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금지 등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 조치도 부활시킨다.
석가탄신일과 성탄절은 대체공휴일로 포함해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고, 육아휴직 기간도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전기·가스요금은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같은 방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1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대출 족쇄를 풀고 임대사업자를 지원하는 등 부동산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급락하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고자 기존 규제를 재정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8·12%로 설정된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세율은 4·6%로 완화하고,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조치는 일단 1년 연장한 후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규제지역에서 원천적으로 틀어막았던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대출 금지 조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3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분양권과 주택·입주권 단기양도세율은 1년 미만 70%를 45%로 낮춘다.
임대사업자 지원 조치도 부활시킨다. 85㎡ 이하 아파트에 대한 장기(10년) 매입임대 등록을 재개하고 취득세 감면, 양도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들에게는 규제지역 내 주택대출 LTV 상한도 일반 다주택자보다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 조치는 주택 매입 수요를 늘려 부동산 시장 급락을 차단하는 동시에 양질의 임대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정부는 상반기 중 위기 가능성을 고려해 동원 가능한 시장 안전망은 모두 가동한다. 재정을 상반기 중 65% 조기 집행하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위기 대응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출자를 늘려 대응 여력을 강화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대상에 회사채를 추가해 채권시장 수요도 보강한다.
전기·가스요금은 내년을 기점으로 2026년까지 단계 인상한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고, 이들 기관의 채권 발행과정에서 채권시장에 주는 충격을 줄여주려는 조치다. 내년 1분기 국고채 순발행 물량 역시 올해(42조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민생경제 지원 차원에선 대중교통 소득공제율 상향 조치(80%)를 연장하고, 주택대출 소득공제 및 월세 세액공제 등 주거와 연동된 세제 지원 조치를 확대한다.
근로시간 단축 적용 자녀 연령은 기존 8세에서 12세로 늘리는 한편, 현재 8세인 육아휴직 사용 기한을 완화하고 육아휴직 기간은 1년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석가탄신일과 성탄절도 대체공휴일로 포함해 내수 소비 활성화를 꾀한다.
정부는 수출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360조원 상당의 무역금융을 지원해 연 500억 달러 상당을 수주하는 방안이다. 늘어난 기업투자에 10%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디스플레이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기로 했다. 미래 산업 육성 차원에서 '신(新)성장 4.0' 전략도 추진한다.
구조개혁 과제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포괄적 논의를 시작하고, 8대 공적연금·사회보험은 통합 재정추계를 한다.
한편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전망치(2.5%)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5.1%에서 내년 3.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하락, 수요 둔화 등에 따라 물가 오름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봤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내년 경제는 상반기에 수출, 민생 등의 어려움이 집중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계·노동계·정치권 등 각계에서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