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선박들.ⓒ각사

지난해 하반기 하락세를 지속하던 중고선 가격이 새해 들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조선 가격의 선행지수로 평가되는 중고선 가격이 6개월만에 반등함에 따라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으나 업계는 선별수주를 강조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중고선가 지수는 149.80으로 지난해말(146.10) 대비 3.7포인트 상승했다.

중고선가 지수가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약 6개월만에 처음이다.

2년 전인 지난 2021년 1월(99.33)만 해도 100을 밑돌던 중고선가 지수는 이후 급등세를 기록하며 1년 후인 지난해 1월(199.65)에는 200선에 육박했다.

이어 지난해 2월 200선을 돌파한 지수는 같은 해 7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왔다. 중고선가 지수가 200선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2008년 9월(287.54)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전체적인 지수는 상승했으나 선종별로는 시황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선령 5년 유조선의 중고선가 지수는 193으로 전월(186) 대비 7포인트 올랐으며 벌크선(140)도 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선령 10년 컨테이너선의 중고선가 지수(59)는 1포인트 하락했다.

유조선의 경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를 비롯해 수에즈막스, 아프라막스, LR1(Long Range1), MR(Medium Range) 탱커 등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며 벌크선은 케이프사이즈와 핸디사이즈를 중심으로 올랐다.

컨테이너선은 4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중고선 가격이 2900만달러로 전월대비 200만달러 하락했다.

신조선 가격은 파나막스(8만1000DWT, 3350만달러) 및 핸디막스(6만2000DWT, 3050만달러) 벌크선이 전월대비 각각 50만달러 하락한 반면 LPG선(9만1000㎥, 9000만달러)과 7000대의 자동차를 운송할 수 있는 자동차운반선(PCTC, 9150만달러)은 50만달러씩 올랐다.

중국 장수뉴양즈장(Jiangsu New YZJ) 조선소는 렙타시핑(Lepta Shipping)으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하며 클락슨 통계 기준 전세계 조선소 중 처음으로 올해 선박 수주에 성공했다.

오는 2025년 인도 예정인 이번 수주는 동형선 2척에 대한 옵션이 포함됐으나 선박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황에 따라 선종별로 가격 동향은 엇갈리고 있으나 통상적으로 중고선가 지수가 신조선가에 선행한다는 점에서 새해 들어 중고선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선 것은 조선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조선소들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지금 선박을 발주해도 2~3년 내에 인도받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경기 개선으로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경우 중고선 가격이 오르게 된다"며 "한국조선해양 등 글로벌 조선 빅3 뿐 아니라 중국 조선업계도 빠른 납기가 사라지면서 중고선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오는 2026년까지 일감을 채운 만큼 올해부터는 수주량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선별 수주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를 157억4000만달러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 수주목표(174억4000만달러) 뿐 아니라 지난해 수주실적(240억달러)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기선 HD현대 대표는 지난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LNG선 뿐 아니라 전체 선박 슬롯이 2026년 분량까지 꽉 찼다"며 "수익성 중심으로 선별수주해야 하는 만큼 올해 수주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한 대우조선해양(104억달러)과 삼성중공업(94억달러)도 올해 수주목표를 보수적으로 정하는 대신 선별수주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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