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금융법)

미국의 기준금리는 작년 3월 17일 0.25%에서 0.50%로 인상을 시작한 후 7차례의 연이은 추가 인상 끝에 2023년 2월 2일 기준 4.75%까지 급상승을 거듭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26일 0.50%에서 0.75%로 인상을 시작한 후 총 9차례의 인상을 거듭한 끝에 현재 3.50%로 상승폭과 속도는 미국보다 완만하지만 하락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최근 국내의 대출금리가 인하되는 모순된 상황에는 약간의 의문이 든다.

대출금리 인하의 배경은 무엇인가?

대출금리 인하의 배경에 대한 설명 중 첫째는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와 자금 시장 안정이 겹쳐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만으로 현재의 모순된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둘째는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관치금융(官治金融)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각 은행의 예대 금리차를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매달 공시하도록 했는데 이는 예대 금리차 공시 제도 실행을 통해 사실상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대출금리만큼 올려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후 급격한 예금금리 인상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에 쏠리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이번에는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고 5%까지 오르던 예금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자 다음에는 대출금리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데 예금금리만 내려간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바로 대출금리 추이를 매주 점검하며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관치금융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관치금융이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대출금리는 하락하는 현재의 모순된 상황을 촉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치금융과 법치주의

관치금융이란 금융당국이 재량적 행위를 통해서 민간 금융기관에 관여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 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금융 형태를 말한다. 관치금융 상황에서는 금융활동이 법 제도나 시장 원리에 의해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금융당국의 관여에 따라 불투명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서 법치주의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

법치주의란 한마디로 법에 따른 지배를 의미한다. 법치주의의 원칙은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할 때에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로써 해야 하고 행정작용과 사법작용도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대국가는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관치금융은 예측가능성이 매우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법치주의의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예컨대 대출금리에 적용되는 가산금리가 "과다한지 살펴볼 것"이라는 감독당국자의 표현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는 구체성이 없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과다한지 여부의 기준'이 되는 가산금리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높은 대출금리의 의문과 재발방지 필요성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발생한 모순된 상황이라 할지라도 대출금리의 인하는 금융비용 급상승에 고통받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대비 대출금리가 왜 터무니없이 높아졌던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애초에 부당하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어서 금융소비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타당한 대출금리 수준에 대한 적법한 사전적 기준이 없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기준금리 변동에 따른 대출금리의 상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법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기관의 각종 대출 등 여신업무에 대한 이자나 그 밖의 요금의 최고율에 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8조 제16호). 금융감독 당국에게는 그러한 상황의 적법한 시정(是正)뿐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도 요구된다.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결정권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제한은 법률에 따라서만 허용된다(헌법 제37조 제2항). 높아진 대출금리를 힘겹게 내리기보다는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높이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기본적 책무이고 금리상승에 허덕이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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