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들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규모는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카드사 대부분은 지분율의 절반 이상을 지주 또는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배불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픽사베이

카드사들이 지난해 실적이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규모를 전년보다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용대출금리 상향, 중·저신용자 대출 차단 등 금융 서비스 제공을 줄이고 있어 지나친 수익추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 카드사 중KB국민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 등 5개사는 지난해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부 카드사는 90% 이상의 배당을 지주사에 지급한다.

KB국민카드는 카드사 중 가장 많은 배당액과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다. 올해 배당하기로 한 금액은 3501억원으로 이는 전년 배당액(2500억5600만원) 대비 500억원 이상 많다. 2년 전 배당금액(1000억400만원)과 비교하면 2.5배에 달한다.

당기순이익에 따른 배당성향은 93%로 전년(60%)보다 33% 급증했다. 배당금 전액은 KB국민카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KB금융지주에 돌아간다.

삼성카드는 올해 2668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배당성향은 지난해 45%에서 올해 43%로 줄었지만 당기순이익(6223억원)의 대부분이 대주주인 삼성생명(지분율 72%)에 돌아가게 됐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도 각각 1510억원, 660억원을 배당한다. 신한카드도 약 409억원을 주주환원 명목으로 배당하기로 했다. 현대카드 배당은 현대차·기아·현대커머셜 등 계열사(총 78%)로 돌아간다. 롯데카드 배당은 지분 59.83%를 갖은 MBK파트너스에 신한카드 배당은 지분 전량 보유한 신한금융지주에게 지급된다.

문제는 각 카드사의 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는 점이다. 실적 감소에도 단행되는 배당 확대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유다.

실제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 중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삼성카드(12.9%)가 유일하다. 국민카드 순이익은 전년보다 9.6%줄었고 이 외에도 △신한카드 5.0% △하나카드 23.4%도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카드사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오고 있는 저신용·중신용자 대출 금리를 상향, 대출문턱 상향 및 차단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가 지난해 4분기 기준 개인 신용평점 700점 (KCB 기준) 이하 저신용자 대상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1조974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1분기(3조4814억원)보다 43%가 감소한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2021년 1분기 3조4814억원에서 같은해 4분기 2조3040억원까지 꾸준하게 감소했다. 이후 2022년 1분기 3조452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급격하게 증가했다가, 2022년 4분기 1조9749억원으로 매분기 꾸준하게 감소중이다. 반면 평균이자율은 2021년 15%대에서 2022년 16%대로 높아졌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사들이 제 배 채우기에 나서면서 저신용자들의 자금마련은 힘들어졌다. 또한 불법 사채 등 더욱 깊은 부채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금감원은 지나친 배당 확대가 카드사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황조사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배당을 많이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비중을 낮춰야 하므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중·저 신용자에 대한 신용 공여가 불가능해진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성장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나친 배당이나 성과금이 카드사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카드사들의 배당 현황을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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