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선박들.ⓒ각사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1분기에만 110억달러를 웃도는 수주실적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를 절반 가까이 채우며 수주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조선소들은 1분기에 발주된 선박의 44%를 수주하며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자리에 올라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1분기 113억1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및 설비 73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조선해양은 72억8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56척을 수주하며 우리나라 수주행진을 이끌었다. 전체 수주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3%이며 올해 수주목표(157억4000만달러)의 46.3%를 1분기만에 채웠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이 19척으로 가장 많았으며 석유화학제품선(16척), LNG선(10척), VLGC(8척), 중형가스선(2척)이 뒤를 이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컨테이너선 19척을 모두 배정받은데 이어 LNG선 7척, VLGC 2척을 수주하며 49억달러를 채웠다. 지난 2월 14일 연간 수주목표인 26억달러를 넘어선 현대삼호는 현재까지 49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치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들어 25억달러를 수주하는데 성공하며 연간 수주목표(95억달러)의 4분의 1을 채웠다. 1월 초 15억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수주를 확정한 삼성중공업은 2월과 3월에 각각 2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3척, 창정비 1척 등 총 8억달러 수주에 그치며 1분기에 글로벌 조선 빅3 중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연간 수주목표(69억8000만달러) 대비 달성률은 11.5% 수준이다.

한화그룹으로의 인수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대우조선은 기업결합 심사에서 EU의 승인까지 받는데 성공하며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월별 기준으로는 조선사마다 수주실적이 다르고 특정 시기에 계약이 몰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선박 발주가 많이 이뤄지면서 올해 수주는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수주행보는 이와 같은 전망을 웃도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조선 '빅3'가 올해 1분기 105억8000만달러의 수주를 거둔데 이어 국내 중견 조선사들도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대한조선은 수에즈막스 원유운반선만 4척을 수주했으며 대한조선과 함께 KHI인베스트먼트의 조선 계열사인 케이조선은 MR탱커 2척을 수주했다.

HJ중공업은 지난 2월 14일 HMM과 9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하며 올해 첫 수주를 신고했다. 반면 대선조선은 올해 들어 아직까지 수주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 빅3와 달리 중견 조선업계는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한도에 발이 묶여 적극적인 수주행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 조선사들이 모두 RG 한도를 채운 만큼 새로운 수주계약을 체결하려면 이에 앞서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을 인도해야 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와 같은 애로를 풀기 위한 논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나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RG 한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1분기 71척의 선박과 해양플랜트 1기, 창정비 1기 등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은 올해 1분기 한국조선업계가 312만CGT 규모의 선박 65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했는데 일부 누락된 수주건은 이후 발표하는 통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업계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의 44%를 수주하며 37%에 그친 중국(110척, 259만CGT)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위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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