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곳곳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원가 상승과 고금리 현상 지속, 인건비 증가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놓고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다.
이에 정부는 갈등을 완화하고자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갈등 사례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업계는 진단했다.
5일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3㎡당 평균 공사비는 53개 구역 기준 606만5000원으로, 2021년(518만7000원) 대비 약 16.9% 증가했다. 2018년(455만6000원) 대비로는 무려 33.12%가 상승하는 등 정비사업 평당 공사비가 4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3.3㎡당 평균 공사비는 △2018년·455만6000원 △2019년·464만8000원 △2020년·480만3000원 △2021년 518만7000원 △2022년 606만5000원이다.
특히 서울의 23개 정비구역 지난해 평균 공사비는 3.3㎡당 673만원으로, 2021년(578만5000원) 대비 16.33%(94만5000원) 증가했다.
건설 물가를 나타내는 건설공사비지수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지수 통계를 보면 올해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1.26p로, 2022년 4월(145.85p) 대비 3.70%(5.41p) 증가했다. 2018년 4월(110.86p) 대비로는 36.44%(40.4p) 수직 상승한 것이다.
연도별(매년 4월 기준)로는 △2018년·110.86p △2019년·116.08p △2020년·117.93p △2021년·128.65p △2022년·145.8p △2023년·151.26p다.
이처럼 공사비가 수직 상승한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인건비 증가·고금리 현상 지속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매년 물가와 공사비가 증가해 왔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공사비가 원자잿값·인건비 등의 이유로 대폭 증가했다"며 "증액된 공사비로 인해 시공사와 조합 간의 마찰이 지속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공사비가 대폭 늘자, 시공사와 조합 간의 불협화음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공사비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깊어졌고, 작년 4월 공사 중단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후 조합은 지난해 8월 시공단 측이 요구한 공사비 4조3000억원을 수용하되 증액된 공사비(1조1385억원)에 대해서는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맡기기로 하면서 공사가 재개된 바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북아현2구역', '산성구역 재개발' 등이 있으며, 지난 3일 부산에서는 '추가 공사비' 문제로 시공사가 조합원들의 입주를 막기 위해 쇠막대 2개를 현관문 위·아래로 설치하기도 했다.
시공사인 IS동서 측은 "추가 공사비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보니,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물가 상승분에 의한 공사비 상승이 아닌 조합이 요구한 추가 공사에 따라 진행한 '추가 공사비'로 인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시공사와 조합 간의 마찰은 통계로도 집계됐다.
한국부동산원과 업계 내용을 종합하면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의뢰 건수는 지난해 32건으로, 2022년(22건) 대비 10건이 증가했다. 2020년(13건) 대비로는 68.42%(19건)가 늘어난 것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이전 3건 △2020년·13건 △2021년·22건 △2022년·32건이다. 올해는 지난달 30일 기준 14건으로 집계됐다.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이란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일정 비율 이상 증액하려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사업 시행자가 검증기관에 의뢰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하는 제도다.
정비사업 관계자는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크다 보니 의뢰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추정이지만, 앞으로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인해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폭이 깊어지자 정부도 개선책 마련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기존에는 계약서에 공사비 증액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나, 법 개정을 통해 계약서에 증액 요건 등을 명시하는 등 공사비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사비로 인한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사비 증액 문제는 원가 상승과 인건비로 인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고 인건비도 현재 대비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데다 공사비 분쟁이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계약상 문제라 협의 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비사업 관계자는 "공사비 분쟁이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계약상 문제다 보니 협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향후 발생할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공 계약을 맺을 때, 어떤 주요 자제 변동에 대응해 공사비를 증액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야 이 같은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