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마고 듀케 BMW 디자인 총괄 [사진=이승연 기자]

“디자인과 기능은 부수적. 운전자와 운전자의 경험을 어떻게 서포트할 것인지가 더 중요”

지난 9월 14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BMW i5·i7 글로벌 출시행사에서 만난 도마고 듀케(Domagoj Dukec) BMW디자인 총괄의 말이다. 1975년생인 듀케 총괄은 1999년 독일 포르츠하임 디자인스쿨 운송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년 넘게 자동차 디자인만 해온 배테랑 디자이너다. 폭스바겐과 시트로앵을 거쳐 2010년 BMW에 합류했으며, 줄곧 외관 디자인만 담당해오다 지난 2019년 총괄직에 올라 현재까지 BMW 차량 전체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듀케 총괄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최근 BMW의 대담하고 과감한 디자인 변화를 이끈 인물이라는 점에서 다소 놀라웠다. 그는 BMW의 심볼(symbol)인 키드니 그릴을 위 아래로 크게 늘려 애호가들에게서조차 위화감 논란이 벌어진 4시리즈와 M4, ix, x7, 7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디자인 등을 총괄한 장본인이다.

파격적인 디자인을 이끌었던 그가 5시리즈, 특히 5시리즈 역사상 첫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이같은 ‘생각의 변화’를 가지게 된 배경이 뭘까. 이어지는 그의 발언에서 몇 가지 이유가 추측됐다.

듀케 총괄은 “최근 다른 메이커들은 전기차를 내세워 다양한 디자인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5시리즈는 디자인 측면에서 다른 모델 보다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가져가고 싶었다”면서 “우리는 공격적이 디자인 보다 우아한 디자인을 원했고, 그래서 5시리즈의 외관이나 실내 디자인 뿐만 아니라 기술적 측면에서도 눈에 덜 띄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인 디자인이 우아하게 변화한 만큼 세부적인 디자인은 ‘클리어’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다”면서 “이를테면 키드니 그릴을 또렷하게 디자인하되, 다른 부분들은 스트레이트한 디자인을 선택하면서 뉴 시리즈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도 전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 BMW i5 [제공=BMW그룹]

5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가지는 대중성과 BMW 내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외적 변화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전기차라고 해서 인위적인 디자인 변화를 주기 보다 차량 곳곳에 BMW 아이콘을 적용해 BMW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면서 동시에‘i5’만의 명확한 비전을 어필하는 데 신경을 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5시리즈는 BMW를 대표하는 모델로 꼽힌다. 특히 국내에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리미엄 세단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판매고를 자랑한다. 한국은 중국에 이은 5시리즈 세계 2위 판매 국가로, BMW는 1995년 한국 진출 이래 올해까지 총 70만 대를 팔았는 데 이 가운데 5시리즈의 판매 비중이 26만 2543대에 달한다. BMW가 뉴 5시리즈의 세계 최초 출시 국가로 한국을 ‘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5시리즈는 지난 1972년 처음 선보인 이후 전 세계에서 800만 대 이상 판매된 BMW의 대표 세단이다.

실제로 이날 듀케 총괄은 인터뷰 직후 진행된 BMW i5·i7 글로벌 출시 행사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했으며, 행사에 참석한 한국 기자들에 대해서도 각별한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 BMW i5 내부 탑재된 커브드 디스플레이 [제공=BMW그룹]

듀케 총괄은 뉴 5시리즈의 디자인에 큰 변화를 줄이는 대신 운전자 경험을 서포트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그 예가 바로 운전자 중심의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12.3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이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는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드라이빙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여러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누릴 수 있다. 이를 테면 이전 모델 대비 더 커진 스크린으로 유튜브 및 실시간 스포츠 중계 등을 시청할 수 있고 게임도 가능하다.

듀케 총괄은 “디자인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진보된 기능도 필요시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기능적인 측면 역시 눈에 띌수록 복잡성이 커지면서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일상생활의 컨트롤을 잃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운전자와 차 사이의 상호작용이 없었지만, 지금은 디지털화 된 여러 기술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다양한 운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지금은 운전할 때 운전자의 경험을 어떻게 서포트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듀케 총괄은 한국 기자들에게 BMW의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BMW 정체성에 대해 계속해서 바꿔 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로 우리의 내일은,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 BMW의 정체성은 ‘우아함’”이라고 강조했다.

포르투갈 리스본=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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