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 재고자산 내 미착 원재료 비중 ‘절반’
불확실성 대비 ‘긍정적’...‘원재료’ 계상 전 처리 부담
실물 확인 불가...과거 일부 기업, 비자금 마련 등 회계 부정으로 이용
신한회계법인 “높은 미착 원재료 비중, 유의적인 위험” 평가

코로나 이후 응축된 소비심리가 풀리면서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넥센타이어 만큼은 예외다. 자동차 부품대란과 코로나 등 수요를 막는 여러 악재가 올해를 기점으로 해소됐음에도 넥센타이어의 재고자산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착 원재료, 주문을 해놓고도 받지 못한 제품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미착 원재료는 제품을 받기 전까지 ‘손실’로 인식되기 때문에 넥센타이어 수익성이나 재무적 지표에도 부담이 된다. 게다가 한때 몇몇 기업들이 미착 원재료 계정을 이용해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사례도 있어 넥센타이어의 미착품 증가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넥센타이어의 지난해 재고자산은 6491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 대비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소비가 늘면서 재고자산이 빠르게 감소하는 통상의 기업들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미착 원재료, 구입은 했는데 받지 못한 원재료가 유독 크게 늘었다. 넥센타이어는 천연고무, 합성고무 및 각종 부자재 상당 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데 각 계약별 구매조건에 따라 재화에 대한 통제가 이전되는 시점부터 회사의 원재료 적재장소에 입고되는 시점까지 ‘미착 원재료’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미착 원재료는 코로나 시절만 해도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했는 데 코로나가 끝나고 나선 되레 1000억원 대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미착 원재료 규모는 1855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724억원) 보다 대략 2배 늘었다. 작년 말 기준 재고자산의 절반 가까이가 미착 원재료이기도 하다. 원료 구입이 어렵거나 물류가 막힌 상황이 끝났음에도 받지 못한 주문 제품이 더 늘었단 얘기다. 넥센타이어 보다 매출이 4배 더 많은 업계 1위 한국타이어의 미착품 규모만 해도 1307억원으로, 넥센타이어보다 적은 수준이다.
미착 원재료가 많다는 건 좋은 의미로는 향후 불확실성에 미리 대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금융위기라도 닥칠 경우, 이미 재료를 확보했고, 비용도 지불해 환율 변동성이나 타이어 제조에 있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착 원재료는 제품을 받아 재무제표상 ‘원재료’로 계상되기 전에는 ‘손실’로 인식된다.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연간 영업적자를 낸 넥센타이어로서는 사실상 불필요한 손실을 크게 내고 있다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언제 받을지 모르는 불확실성도 상존해 ‘손실’이 단기적이 아닌 ‘미래 손익’에 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실물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과거 몇몇 기업들은 이 미착 원재료를 활용한 회계 부정을 저지르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미착 원재료를 이용해 비자금을 만들기도 했고, 미착 원재료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르다 적발되기도 했다.
넥센타이어의 감사를 맡고 있는 신한회계법인이 갈수록 높게 쌓이는 넥센타이어의 미착 원재료 ‘유의적인 위험’으로 분류한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들 때문이다.
신한회계법인은 올해 초 넥센타이어 감사보고서를 통해 “미착원재료는 운송 중이거나 타처에 보관되어 있어 실물을 확인하기 어렵고, 다양한 구매조건에 따른 통제의 이전시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미착원재료를 인식하는 시점에 따라 이에 대응되는 부채가 과소 또는 과대 계상될 수 있으며, 제조공정으로의 투입을 인식하는 시점에 따라 당기손익과 미래손익이 왜곡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한회계법인은 넥센타이어의 미착품 계정에 대해 ▲당기 말 미착원재료에 대해 표본추출방법을 이용해 송장 및 무역서류 확인 ▲타처에 보관된 미착원재료에 대한 외부조회도 확인 ▲보고기간 말 전 후 발생한 매입거래에 대한 재고자산과 매입채무의 기간 귀속을 확인하는 절차를 수행 ▲전기 대비 미착원재료의 변동과 관련해 회사의 전략, 원재료 가격 및 환율변동 분석 등의 감사 절차를 진행했다.
업계에선 넥센타이어가 과거부터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미착 원재료를 줄곧 높게 쌓아왔다는 점에서 일종의 ‘경영 관례’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불필요한 손실을 인위적으로 내고 있는 것인 만큼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미착 원재료 비중을 줄이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착 원재료 비중이 많으면 그만큼 인식되는 손실도 클 수밖에 없다”며“올해를 기점으로 연간 흑자 전환을 경영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손실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