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도시정비수주액, 전년比 54% 급감

올해 재건축·재개발 ‘수익·상징성’ 우선시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제공=연합]

10대 건설사들의 작년 도시정비수주액이 2022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고금리 현상 지속과 급등한 공사비 부담으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영향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국내 부동산 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갑진년 새해를 맞아 건설사들은 연초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도시정비수주사업엔 수익성이 좋은 일명 ‘노른자 땅’만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원가 급등으로 시공 후 마진이 남질 않자 다수의 사업지를 확보하는 것 보단 알짜 사업지를 선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 10대 건설사 2023년 도시정비수주액, [제공=EBN]

18일 10대 건설사들의 자료를 종합하면 작년말 기준 10대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수주액은 부동산 활황기 시절인 2022년 42조1867억원 대비 53.47% 급감한 19조6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한 기업은 롯데건설로 88.14%(4조3638억원→5173억원)가 감소했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 82.58%(1조300억원→1794억원) △GS건설 77.87%(7조1400억원→1조5800억원) △대우건설 68.04%(5조2759억원→1조6868억원)순이다.

전년 대비 작년 도시정비수주액이 증가한 기업은 10곳 중 단 두곳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12.12%,1조8686억원→2조951억원)과 포스코이앤씨 (0.2%, 4조5892억원→4조5988억원)가 유일하다.

작년 도시정비수주액이 전년 보다 급감한 이유는 고금리 현상 지속과 급등한 원가 때문이라고 건설사들은 입을 모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급등하기 시작한 원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더욱 치솟게 됐다”며 “이에 더해 금리도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건설업계엔 냉기가 흐르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이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뛰어들더라도 마진이 남질 않게 됐고, 작년 정비사업에 대한 건설사들의 관심은 부동산 활황기 시절인 2022년 만큼 높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사례를 보면 서울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최대어로 꼽힌 ‘노량진1구역 재개발’마저도 낮은 공사비로 인해 유찰됐다.

당시 노량진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보면 이 단지의 3.3㎡당 공사비는 730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 지역의 도시정비사업 공사비가 700만원 후반대에서 800만원 초반인 것과 비교하면 3.3㎡당 60만~70만원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낮은 공사비에 부담을 느끼고 입찰마감 날인 작년 11월 20일 한 곳도 응찰에 나서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올해엔 수익성이 높거나 상징성이 있는 사업지만을 선별해 동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날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시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부산진구 시민공원 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두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었다.

이 단지의 총 공사비는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범진동 일대에 최고 69층, 190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최종 시공자 선정은 오는 27일 열릴 총회에서 결정된다.

서울에선 작년 10월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필두로 건설사 수주전의 시작을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는 여의도 재건축 1호 사업지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건설사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지다.

KB부동산신탁과 업계 내용을 종합하면 이 사업지는 지난해 10월 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은 단지 내 롯데슈퍼 부지를 입찰공모 지침서에 포함시키면서 사업 진행이 잠정 중지됐고, 두 달 뒤인 지난달 26일 898억원에 롯데슈퍼 부지 1482㎡를 매입하기로 결정되면서 한양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상징성이 큰 사업장을 선점하면 향후 인근 사업지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상징성과 사업성을 갖춘 단지를 중심으로 수주 경쟁은 앞으로도 과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10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게되자, 올해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 선정물량은 작년 대비 대폭 늘어난 60~80건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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