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박따박 월 적금, 청년도약계좌로 5년만 모아보세요. 정부가 지원금을 보태줘서 9%대 수익 효과 납니다. 주식, 가상자산으로 마음 졸일 필요도 없어요.”
솔깃한 마음에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매달 70만원씩 5년(60개월)을 모으면 원금만 4200만원. 시중은행보다 높은 연 6% 금리에 정부 지원금을 포함하면 실질 금리가 연 9%대 수준. 5년 만기 땐 5001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보너스로 붙는 혜택도 ‘꿀’이다. 3년 이상 가입할 경우 중도에 해지해도 비과세를 적용한다. 또 혼인, 출산 등의 이유로 중도 해지할 때도 비과세 혜택과 정부 지원금을 일괄 지급해준다.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원금 손실로 가슴 아플 일도 없다.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기자는 안타깝게도 이 상품 적용대상이 아니다. 기자는 가입 못할지언정 많은 청년이 알았으면 한다.
21일 EBN이 만난 금융위원회 청년정책과 김이재 사무관은 청년도약계좌를 직접 설계한 ‘청년’이다. “본인도 가입하고 싶을 정도로 메리트가 크다”고 자평하는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지난해 베일을 벗었다.
윤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직접 관련 사안을 챙겼다. 청년정책과는 청년 세대를 국가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부서. 청년세대의 특성을 인지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안정적인 인생 기반을 돕는 정책을 살펴보고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첫 대선 공약이기도 하는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목돈 마련 경험을 돕기 위해 가입자가 내는 금액에 정부가 돈을 보태주는 제도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돈 모으기’는 습관으로 불린다. 돈 모으기가 도통 어렵다는 ‘어른이(어른+어린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경험과 학습이 쌓여 자산 증식이라는 결괏값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재테크를 고심하기에 앞서 어린이들처럼 저축하는 습관을 먼저 키우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청년도약계좌가 바로 돈 모으는 재미를 알려주기 위한 제도다. 저축도, 투자성향도 학습효과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돈이 쌓이는 맛을 알아가면 소비와 인생 패턴이 바뀔 수 있고 만기후 손에 쥘 목돈을 통해 저축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김 사무관은 설명한다.
지난해 7월 탄생한 청년도약계좌는 현재 2월까지 누적 가입자 수는 57만건, 가입신청 189건을 기록했다. 예전 정부 정책인 청년희망적금(만기)에서 청년도약계좌로 이어가겠다고 신청한 건수는 41만건에 이른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는 27만2000명이 청년희망적금에서 청년도약계좌 연계가입을 신청했다.
금융위는 청년희망적금 만기 일정을 고려해 3월 가입 신청은 이달 22일 조기 개시해 3월 8일까지 운영한다. 청년희망적금 만기자 또는 만기예정자가 연계 가입을 신청할 수 있고, 일반 청년도 가입할 수 있다. 또 기존에 신청했지만 계좌를 개설하지 못했던 청년도 재신청이 가능하다.
5년 만기가 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돈을 모으는 동안 인내하는 시간이 길다는 얘기다. 먹고 싶은 것을 참는 등 본능에 반대되는 행동을 꾸준히 해야 목돈이 쌓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가 설계한 청년도약계좌의 5년은 한 사람의 소비 습관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인 셈이다. 편한 것만을 찾아 소비를 하면 목돈을 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사무관은 5년 만기를 채우는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넉넉해진 '나'를 상상해볼 것을 추천한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달라지고 이 숫자는 결국 인생의 든든한 갑옷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점차 저축에 재미가 붙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축을 빨리 시작할수록, 필요한 때에 더 많은 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경험해본 자만이 안다. 우리의 인생 길목마다 수많은 이벤트들이 있다. 첫 차 구입이나 결혼, 새 집 마련, 자녀출산 등과 같은 일이다. 공통점은 그때 마다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저축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목표와 기간을 정하고 목돈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 사무관은 “언제까지 얼마가 필요할지 기간을 정하고 리스트를 적어보세요. 무엇을 위해 왜 저축하는지가 명확하면 청년도약계좌를 완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고수익을 추구하며 리스크를 감내하는 청년층도 있다. ‘동학개미’ ‘빚투족’ 등의 별칭을 가진 이들은 자기 자산으로 주식이나 코인을 매수하며 위험을 각오한다. 적금과 투자 어느 쪽이든 자산을 불려 목돈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다.
끝으로 김 사무관은 “저축은 바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임을 기억해 주세요. 인내 끝에 쌓인 목돈, 불확실한 인생에 든든한 보호막이 돼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의 저서 ’돈의 속성‘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저축으로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저축은 여전히 부자가 되는 첫 걸음이다.’
봄철 파종을 기다리고 있는 종자, 씨드머니를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