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담당 두 사무관 인터뷰
24곳 ‘대출비교플랫폼’서 53곳 금융기관 대출 비교·환승
“국민을 위해 만든 플랫폼이니 아낌없이 잘 활용했으면”

▶ EBN과의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금융위원회 박준상 금융산업국 은행과 사무관(왼쪽), 박종혁 금융산업국 중소금융과 사무관[사진=EBN]

“우리 국민에 이자 16조 돌려준 것…애 많이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담당 사무관을 최근 거명하며 박수를 보냈을 때 한 말이다.

젊은 공무원이 공직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끊기지 않는 요즘 대통령이 직접 나서 금융위원회 실무자에 찬사를 보내 화제가 됐다. 언론에 ‘박 사무관’이라는 실무자로 거론됐는데 EBN 취재결과 두 명의 ‘박 사무관’들이 바통을 주고받으며 플랫폼 설계부터 현업까지 맡고 있다는 후일담이 나왔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는 말 그대로 대출을 갈아타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은행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대출을 더 나은(낮은 이자) 조건의 대출로 바꿀 수 있게 됐다. 시중 24곳 이상의 ‘대출비교 플랫폼(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핀크·핀다 등)’에 들어가 53곳 금융기관에 대한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을 비교해 원하는 조건으로 즉시 갈아탈 수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 설계의 첫 삽은 금융산업국 은행과 박준상 사무관이 떴다. 플랫폼은 2022년 11월 구상돼 지난해 5월 말 탄생했다.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세계를 휩쓴 고금리가 가계와 기업들을 옥죄던 때다. 2~3%대 저금리로 집 마련한 서민들이 5~6%로 뛴 고금리에 발을 동동 굴렀다.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가 필요했다. 금융위는 플랫폼에서 ‘금리 경쟁’을 일으켰다. 이자를 낮춘 대출들이 경합을 펼치면서 소비자의 눈길을 받았다. 우리 정부가 세계 최초로 만든 온라인 대환대출 시스템이다. 대출 가격 경쟁이라는 막연한 아이디어가 이렇게 IT강국인 한국 금융시장 표면으로 떠올랐다.

손쉽게 뚝딱 탄생한 듯 해 보이지만 금융기관을 설득하고 플랫폼 탄생 취지를 이해시켜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박준상 사무관은 은행 간의 대출 실행 확인 작업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에 당면했다. 매일 야근은 당연시됐고 참여 금융기관들의 협조가 절실했다. 그는 “당시 담당인 신진창 국장은 ‘대출을 비교·갈아타는 사용자 입장에서 플랫폼을 꼼꼼히 살펴보라’는 당부를 거듭하셨다”면서 “대출비교·환승 인프라가 구현되면, 소비자들이 잘 이용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대출에 대한 정보 탐색비용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에 매진했다”고 덧붙였다.

▶ EBN과의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금융위원회 박준상 금융산업국 은행과 사무관<사진왼쪽>, 박종혁 금융산업국 중소금융과 사무관[사진=EBN]

플랫폼 서비스는 지난해 5월 신용대출을 시작으로 개시됐다. 그즈음 인사가 나면서 박준상 사무관은 지금의 금융산업국 은행과로 이동했고, 해당 업무를 박종혁 중소금융과 사무관이 이어받았다. 첫 실무자로서 자식처럼 챙겨온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내는 느낌이었다고 박준상 사무관은 회상했다.

이에 대해 박종혁 사무관은 “전임자 준상이가 얼마나 밤을 새우고 야근하며 만든 플랫폼인지 어깨 너머로 다 봤기 때문에 이 대환대출 인프라 조성을 제대로 잘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면서 후임자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뒤이어 박종혁 사무관은 플랫폼에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오피스텔·빌라에 대한 대출 갈아타기를 탑재했다. 대출비교 플랫폼의 잠재성이 해상도 높은 실물로 탄생하는 여정이었다고 박종혁 사무관은 설명했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민생 토론회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서 대환대출 인프라 성과를 극찬하며 박종혁 사무관에게 박수를 보냈다. 5년 차 사무관인 박종혁 사무관은 이 업무의 ‘인센티브’로 통상 10년 넘은 사무관에게 주어지는 ‘해외 유학’ 기회를 얻게 됐다. 박종혁 사무관은 “이번 일이 ‘성과가 있다면 조직에서 보상해준다’는 사례가 되어 동료들이 조직을 믿고 열정을 발휘하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두 ‘박 사무관’들은 전임자와 후임자, 선후배 관계이지만 이 플랫폼에 대한 마음은 같다고 했다. 이들은 “국민들을 위해 만든 제도이니 아낌없이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면서 “전화를 걸어 플랫폼 이용 방법을 묻는 현장의 목소리도 직접 듣고 있고, 손수 플랫폼에 들어가서 소비자처럼 이용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프라 개선을 위해 인터넷에 달리는 댓글도 유심히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종혁 사무관은 “편리하게 사용하는 이 플랫폼이 의외로 세계 최초로 탄생한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많은 분이 놀라신다”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벤치마킹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또 “박준상 사무관이 플랫폼 설계 당시에 금융사, 핀테크와 공조하느라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며 동료애를 보였다.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공무원, 힘있는 부처도 싫어 사표를 쓰는 MZ 사무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고금리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한 사무관들은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대환대출 플랫폼은 흥행했다.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후 300일간 총 16만여 명이 기존 대출을 갈아탔고, 1인당 평균 153만원의 이자를 아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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