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공사 중지 예고’ 담긴 현수막 게시
“4855억 투입했는데 공사비 못받았다” 토로
석달간 협상 진행…봉합 못하면 9월부터 중지

이른바 ‘노른자 땅’으로 불리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마찰을 빚던 시공사가 기어이 ‘공사 중지’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지난 17일 청담르엘 사업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당사는 2021년 12월 착공 후 약 4855억원(직접공사비 2475억원, 대여금 1080억원, 사업비 1300억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조합은 도급 계약상의 의무(일반분양, 조합요청 마감재 변경에 따른 공기 연장, 도급 공사비 정산 등)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부득이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박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관리처분변경총회 이후 공사중단 예정을 알리게 됐다”며 “△일반분양 지연 △조합이 요구한 마감재 및 레이아웃 변경으로 발생한 추가공기 반영 거부 △마감재 및 레이아웃 변경으로 인한 도급공사비 증액 거부 △일반분양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발생 등 총 4건이 공사중단 사유”라고 밝혔다.
앞서 롯데건설과 조합은 지난 2017년 8월 총 공사비 3726억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난해 5월엔 6313억원으로 공사비를 58% 인상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공사비가 급증하자 조합 내에선 내홍이 발생했고, 공사비를 협의한 조합장은 작년 7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 집행부는 예전 집행부가 협의한 공사비를 거부하고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는 올 연말께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는 사이 롯데건설은 지난해부터 조합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공사 중단 예정 공문을 3차례나 보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이 청담르엘 사업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내건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실제 공사 중단까지는 3개월의 협의기간이 필요하다. 만일 양측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서 오는 9월1일 공사가 중단된다.
현재 공사비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상황이다.
롯데건설은 서울 송파구 거여동 재개발조합(107억원),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85억원),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83억원) 등과 공사대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GS건설은 ‘미아3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을 상대로한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322억990만원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대금 인상액 256억원이 핵심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송도신도시 국제업무단지 B5블록 신축공사 엘제이프로젝트PFV를 상대로 설계변경 등 100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펜데믹 이후로 공사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 저하도 심해졌다”며 “특히 최근엔 전기료 인상, 시멘트·콘크리트 업계의 가격 상승도 있어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