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채가 최근 수요예측에서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건설업계 크레디트 물에 대한 투심 반등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DL이앤씨 모두 지난달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공모액의 무려 8배에 달하는 주문을 받아내며 오버부킹에 성공한 것.
하지만 롯데건설 등은 수요예측 뿐만 아니라 추가 청약까지 부진하면서 극과극의 모습을 보였다. 건설채에 대한 투심 회복이라기 보다 우량과 비우량, 모기업 지원 여부에 따라 선별적 수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A-·안정적)는 지난달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공모액 1300억원의 8배에 달하는 1조 400억원의 주문을 모으며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넘치는 수요에 SK에코플랜트는 발행액을 당초 보다 2배 더 많은 2600억원으로 증액했다. DL이앤씨(AA-·안정적)도 같은 달 열린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배 넘는 8050억원의 수요를 모았다.
GS건설(A·안정적)의 경우 지난 5월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공모액 1000억원의 4분의 1수준에 그치는 250억원 수요만 받았지만, 개인투자자 대상 추가 청약에서 전량 매각시켰다.
연이은 흥행에 건설사 채권에 대한 투심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고,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채에 대한 투자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0%로 보고 있다. 미국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태영건설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 재무 이슈가 정리되고 있다는 점도 투심을 자극시키는 요인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투심 회복을 진단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우세하다. 우량채나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있는 건설사에만 투심이 선별적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건설(A+·안정적)만 해도 최근 총 1500억원 발행을 목표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절반의 수요만 모으는 데 만족해야 했다. 리테일 수요를 고려해 '월 이표채'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정작 개인투자자 대상 추가 청약에서 조차 미매각 물량이 발생했다.
롯데건설이 SK에코플랜트 보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높음에도 기관·개인 수요를 받아내지 못한 건 모기업의 지원 여부에서 갈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롯데건설은 이번에 3년 만에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없이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다. 반대로 SK에코플랜트는 수요예측 직전 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의 일환으로 알짜 회사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사업간 시너지와 이에 따른 이익창출력 개선이 기대되면서 기관 수요가 대거 몰렸다는 평가다.
롯데리츠 역시 신용등급이 A+등급에 불과하지만,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담보로 제시하며 무려 1조원이 넘는 수요를 모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심 회복이라기 보다 개별 기업들의 긍정적 신용 이슈, 모기업 지원 가능성 등이 투자의 기준점이 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