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현금을 대체할 새로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의 이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우리의 한국은행과 같이 각국의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를 의미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가상화폐와는 달리 국가가 직접 발행하고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개인이나 기업이 발행해왔던 가상화폐와는 다르다. 

중앙은행의 CBDC 도입 준비는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미국은 지난 2016년부터 CBDC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유럽은 벌써 CBDC의 구현 단계에 진입하여 이르면 2025년 말에는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역시 CBDC 도입에 적극적이다. 지난 2020년, 한국은행 주도로 시작된 CBDC 도입 관련 연구는 많은 진척을 이루어 현재는 CBDC의 실거래 테스트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번 실거래 테스트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 등 주요 민간 은행들이 참여하며, 이들 은행이 10만여 명의 국민에게 디지털 화폐를 제공한 뒤에 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련의 유통 과정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니 우리가 디지털 화폐를 실생활에서 사용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은 듯하다.

CBDC의 도입 시, 중앙은행이 개인과 기업 대부분의 금융 거래를 추적할 수 있어 경제활동에 대한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그런데도, 간편한 금융 거래와 거래비용 감소 등의 다양한 장점으로 인해 CBDC의 단점은 조만간 보완되고 CBDC는 우리 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CBDC의 도입은 국민 개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CBDC 도입으로 예상되는 건설산업의 변화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CBDC를 통해 자재 구매, 특히 해외에서 자재를 구매하거나 외국 기업과 협력할 때 CBDC를 통한다면 거래를 더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하도급업체 비용 지급 등 다양한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지급 지연으로 인한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CBDC를 통해 급여를 즉시 지급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인 급여 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며 임금 지급에 대한 모든 명세가 디지털로 기록되므로 임금 체납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건설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임금을 송금할 때 CBDC를 이용하면 수수료가 낮아지고 송금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끝으로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도 건설기업이 직접 자금의 이체를 할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 수수료와 같은 부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CBDC의 도입은 건설산업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건설기업에 항상 도움이 되는 긍정적 변화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사회 변화를 통한 새로운 기회의 창출은 준비된 자(者)에게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CBDC가 도입되어 활용되더라도 새로운 기술의 활용에 대한 일부 직원들의 거부감과 디지털 화폐의 태생적 한계로 인한 보안 문제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장점이 있는 CBDC를 제대로 활용하여 건설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려는 건설기업의 적극적 자세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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