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한국경제인협회]](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0736_651581_3314.png)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공격이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행동주의 공세가 기업의 중장기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보고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펀드 운용 규모가 4조원에 달하는 기관투자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서자 재계는 거액의 연기금 자금을 등에 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 시장 상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배구조 규제 정책 강화에 따라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 캠페인이 증가한 탓이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 목표물이 된 한국 기업의 수는 2017년 3곳에서 2019년 8곳, 지난해 77곳으로 3년 새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일 한국경제인협회는 2000년 이후 행동주의 펀드 공격을 받은 미국 970개 상장사(시가총액과 자산 10억달러 이상)를 대상으로 기업가치 변화를 분석했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의 중장기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행동주의 요구가 관철된 기업 549곳과 받아들여지지 않은 기업 421곳의 기업가치, 고용, 투자 규모를 비교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행동주의 요구가 관철된 기업들은 기업가치가 1~3년 뒤 1.4%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4년 이후에는 캠페인 성공 이전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돈을 투입하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이 고갈된 영향이다.
한경협이 분석한 기업들은 행동주의 공세 이후 고용이 1~2년 만에 평균 3% 감소했고, 장기적으로는 5.6% 줄었다. 자본투자도 행동주의의 공격을 받기 전보다 10% 넘게 감소했다.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202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HEC파리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목표로 삼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기업가치가 처음 1년간은 7.7% 상승했지만, 5년 뒤에는 9.7% 하락하고 고용 인원과 연구개발(R&D) 투자도 각각 7%, 9% 감소했다.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에만 유리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가치를 본질적으로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 비용을 낭비하는 것을 막고 투자, 고용 등 본업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