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고려아연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를 하루 앞두고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며 "국민연금의 판단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각자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에서 7.8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목적을 갖고 고의로 유포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온갖 루머와 마타도어가 난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주가는 널뛰기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MBK와 영풍이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이로 인해 무려 5.34%에 달하는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 시장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른바 '유인된 역선택'을 하게 돼, 주당 89만원의 매각 기회를 뒤에 두고도 주당 83만원에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확정 이익을 포기하는 투자자 손실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13일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전날인 9월 12일 종가 55만6000원에서 공개매수 마지막날인 10월 14일 79만3000원으로 42.6% 치솟았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높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공개매수로 영풍-MBK파트너스는 5.34%(110만5163주)의 지분을 확보해 지분율을 기존 33.13%에서 38.47%로 높였다. 

수세에 몰린 고려아연도 공개매수에 나섰다. 공개매수 가격도 영풍-MBK파트너스보다 6만원 높은 89만원으로 책정했다. 경영권 전쟁이 시작되기 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친인척들의 지분율은 약 15.63%였다.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친인척 포함)의 지분율은 15.65%로 늘었고 여기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2.41%까지 합치면 전체의 약 18.06%가 된다. 고려아연이 목표대로 최대 414만657주(발행주식총수의 약 20.0%)를 공개매수로 확보하면 지분율은 38.06%에 이른다. 

이에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두 차례 냈다. 그러나 모두 기각당했다.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이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함으로써 주당 6만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대신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 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는 원천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법적 검토를 하고 있고 이미 한 부분도 있고 다양한 수사와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고 명확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종료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진행됐다. 고려아연이 목표대로 공개매수 물량을 다 채운다고 해도 지분율은 38.06%로 영풍-MBK파트너스의 38.47%에 못 미친다. 

따라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지분율 7.83%)이 누구 편에 서느냐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국민연금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며 "다만 이번 국정감사 때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률 제고 등의 관점에서 판단을 하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 한화 등에 대해서는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법인들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각 법인의 생각이 다 있을 것"이라면서도 "참고로 말하자면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대해 동의해 줬다. '그 의견에 변함이 없다' 이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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