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를 하루 앞두고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며 "국민연금의 판단을 믿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각자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에서 7.8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목적을 갖고 고의로 유포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온갖 루머와 마타도어가 난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주가는 널뛰기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MBK와 영풍이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이로 인해 무려 5.34%에 달하는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 시장 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른바 '유인된 역선택'을 하게 돼, 주당 89만원의 매각 기회를 뒤에 두고도 주당 83만원에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확정 이익을 포기하는 투자자 손실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13일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전날인 9월 12일 종가 55만6000원에서 공개매수 마지막날인 10월 14일 79만3000원으로 42.6% 치솟았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가격을 83만원으로 높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공개매수로 영풍-MBK파트너스는 5.34%(110만5163주)의 지분을 확보해 지분율을 기존 33.13%에서 38.47%로 높였다.
수세에 몰린 고려아연도 공개매수에 나섰다. 공개매수 가격도 영풍-MBK파트너스보다 6만원 높은 89만원으로 책정했다. 경영권 전쟁이 시작되기 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친인척들의 지분율은 약 15.63%였다.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친인척 포함)의 지분율은 15.65%로 늘었고 여기에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2.41%까지 합치면 전체의 약 18.06%가 된다. 고려아연이 목표대로 최대 414만657주(발행주식총수의 약 20.0%)를 공개매수로 확보하면 지분율은 38.06%에 이른다.
이에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두 차례 냈다. 그러나 모두 기각당했다.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이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함으로써 주당 6만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대신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 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는 원천 무효라고 생각한다"며 "법적 검토를 하고 있고 이미 한 부분도 있고 다양한 수사와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고 명확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종료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진행됐다. 고려아연이 목표대로 공개매수 물량을 다 채운다고 해도 지분율은 38.06%로 영풍-MBK파트너스의 38.47%에 못 미친다.
따라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지분율 7.83%)이 누구 편에 서느냐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국민연금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며 "다만 이번 국정감사 때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률 제고 등의 관점에서 판단을 하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 한화 등에 대해서는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법인들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각 법인의 생각이 다 있을 것"이라면서도 "참고로 말하자면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대해 동의해 줬다. '그 의견에 변함이 없다' 이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