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각 사
(왼쪽부터)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각 사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전이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력 전쟁에서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양쪽 모두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의 결정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고려아연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 등이 시세차익을 포기하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손을 들어줄지도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된다. 고려아연은 주당 89만원에 최대 414만657주를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20%(베인캐피탈 지분 2.5% 포함)에 해당한다. 목표 물량을 다 채우면 고려아연의 지분율은 38.06%로 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자금을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목표 물량을 다 사들였을 때 필요한 자금은 공개매수 대금 3조6851억원과 매수수수료 32억원을 합한 3조6883억원이다.

또 이 자금 중 3조230억원을 금융기관에 빌려서 마련하고 나머지는 자기자금으로 메꾼다는 계획이다. 정정 공개매수신고서 제출일 전일 기준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자금 7465억원 중 76.4%에 해당하는 57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곳간도 털고 빚도 내는 셈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미 공개매수를 마쳤다. 5.34%(110만5163주)의 지분을 확보해 지분율을 기존 33.13%에서 38.47%로 높였다.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해 총 9172억원을 투입했다. 

문제는 이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완료돼도 양측의 지분차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고려아연(38.06%)과 영풍-MBK파트너스(38.47%)가 0.41%p밖에 나지 않는다. 양측 모두 지분율이 과반을 넘지 않기 때문에 '50%+1'주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 종료 이후에도 장내매수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지분 확대를 위해 자금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박빙의 지분율 차이로 이번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각 사가 확보한 지분과 우호지분을 바탕으로 진검 승부를 펼칠 수도 있다는 것.

현재 지분율 우위에 있는 영풍-MBK파트너스는 빨리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의결권 대결로 조기에 승부를 보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고려아연은 우호지분을 최대한 결집시킨 다음 주총을 여는 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표 대결로 이어진다면 가장 큰 관심사는 국민연금이 누구 편에 서느냐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3%를 갖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는 지난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이 떻게 판단할지는 예단하기가 힘들다"며 "다만 이번 국정감사 때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률 제고 등의 관점에서 판단을 하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을 해야한다"며 "제가 당장 어떻게 답변할 수는 없고 정해지는 절차에 따라 향후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정해지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연금이 보유 물량 일부를 공개매수에 청약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 현대차그룹 등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도 주목된다. 한화는 지난 2022년11월 고려아연 주식 23만8359주를 주당 65만8000원에 총 1568억원에 사들였다.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세금을 제해도 553억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지분율 0.8%)도 마찬가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1년 4월 주당 51만원에, 2022년 3분기 주당 49만7500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했다. 공개매수에 청약하면 약 603억원의 차익이 예상된다. 

1표의 우호지분도 아쉬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입장에선 이들이 보유 지분을 그대로 들고 있길 바랄 뿐. 박 대표이사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호지분 이탈 우려에 대한 질문에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주주가 전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며 "우리 주총 때 결과를 보면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그 결과를 믿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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