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이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OERA)’를 판매하는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제공=현대백화점]](https://cdn.ebn.co.kr/news/photo/202410/1640973_651852_464.jpg)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이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OERA)’를 판매하는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들어 화장품 업계 전반이 꽃길을 걷고 있는 반면 자회사가 운영하는 사업은 부진했던 탓에 이를 직접 품어 경영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은 지난 22일 완전자회사 합병을 통한 경영효율성 증대를 위해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한섬이 한섬라이프앤의 발행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합병은 합병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합병으로 진행하며 한섬의 주주 변경은 없다. 따라서 합병 완료 시 한섬은 존속회사로 계속 남아있고 소멸회사인 한섬라이프앤은 합병 후 해산하게 된다.
한섬이 처음부터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하기 위해 주식 전량을 보유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5월 뷰티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한섬라이프앤(옛 클린젠코스메슈티칼) 지분을 51%만 인수했었고, 올해 8월 이 회사 발행주식을 마저 사들여 보유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당시 지분 확대 움직임은 화장품 자회사에 힘을 실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한섬이 몸담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의도도 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3년 3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유예기간인 2025년까지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지분율 규제를 따라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룹 지배구조가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홈쇼핑-한섬-한섬라이프’ 형태다 보니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손자회사로 위치한 한섬이 한섬라이프앤 지분 100%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과제를 해결한 것이다.
일단 시급했던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도 충족했고 이미 지분을 전량을 보유한 덕에 자회사에 대한 출자로도 주주 간 조율 과정 없이 자금 추가 지원이 가능하지만 굳이 이 시점에 회사를 흡수 합병한 것이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국내 화장품 사업 전반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오에라’를 필두로 한 자회사 뷰티 사업은 부진하니,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섬라이프앤은 지난해 매출액 47억6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6%가량 증가에도 순손실은 58억8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4% 악화됐다. 한섬 인수 이듬해인 2021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79억4300만원인 자본잠식 상태다.
이번에 이뤄진 흡수합병 이후 기대되는 부분은 수입 뷰티 브랜드 확대 및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한 한섬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한섬은 프리미엄 화장품을 표방하는 ‘오에라’ 외 별도의 뷰티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다.
향후 론칭할 브랜드는 소비자 층을 보다 넓히기 위해 대중성이 높게 기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최근 신규 코스메틱 브랜드를 총괄하는 팀장급 직원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섬 측은 “지난 8월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의 잔여 지분을 매입한데 이어 뷰티 사업에 대한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한섬라이프앤과 합병을 결정했다”며 “향후 뷰티 사업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