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직격탄을 맞았던 증권업계가 다시 부동산 금융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일단락 된 데다 금리 하락으로 업황 개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증권사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17조4481억원이다. 지난 15일에는 17조8688억원까지 확대된 바 있다.
증권사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1년 전 19조4904억원에서 올해 초 18조7245억원, 지난 8월 5일에는 16조2344억원까지 줄었다. 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일부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 또는 발생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에서도 부동산 PF의 철저한 관리에 나선 영향이다.
최근 부동산 PF 규모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금리 인하로 사업 환경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p 인하했고, 한국 역시 0.25%p 내렸다. 금리가 인하되면 증권사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고, 시중에 유동성도 증가해 부동산 경기도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금리 인하가 1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동산 PF 사업 운영도 용이할 전망이다.
PF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 및 부실우려로 분류되는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증권사들의 PF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PF 사업성 평가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증권 PF 익스포저 26조5000억원 중 ‘유의’ 및 ‘부실우려’로 분류되는 사업장은 3조2000억원으로 12% 수준이다. 증권업계의 충당금과 준비금 적립 규모는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규모로 보인다.
다만 증권사 규모에 따라 부동산 금융에 대한 사업 전략도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부동산 PF 강자인 메리츠증권의 경우 연초(2조243억원) 대비 7000억원 가량 PF 규모를 늘렸고, 한국투자증권도 연초 대비 4500억원 가량을 확대했다. 연초 업계 10위였던 키움증권도 약 4800억원 증가했다.
반면 대형사 중에서도 삼성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연초 대비 7000억원, 6000억원 가량 정리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이 수백억원 수준으로 소폭 늘린 것을 제외하고 일제히 PF 사업을 줄였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과거 대비 높아진 금리수준과 부동산 PF 경기 저하, 부동산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종투사가 아닌 증권사의 고위험사업장 중심 부동산 금융 위축은 지속될 것”이라며 “비종투사가 정통IB, 자산관리 등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종투사가 우수한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어 비종투사의 사업 환경은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부동산 환경이 개선되면서 우량 사업에 선별적으로 증권사들이 조금씩 나서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부동산 PF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가파르게 부동산 PF가 늘어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