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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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개인 매수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점에서는 보유 고객 리스트를 취합해 종목 스위칭을 해드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가격만 보고 매수를 하는 것은 투자근거가 부족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 일선 PB(프라이빗뱅커)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매수를 만류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주가를 견인했던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이 사실상 좌초됐다고 보여 짐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크게 잃었다는 평가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4조원 넘게 매수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도 장중 5만5900원까지 떨어지며 또 다시 어제의 신저가(5만6600원)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5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월 4일(5만5600원)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이달 21일부터 5거래일 연속 삼성전자가 장중 신저가를 경신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개인들의 투자 열기는 식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1일부터 전일까지 10거래일간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신용잔고)는 1조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신용잔고가 1조원을 넘었던 때는 앞서 2018년 5월 50대 1 액면분할을 앞두고 개인매수가 대거 몰리며 신용잔고가 1조4763억1700만원까지 치솟았던 단 하루(2018년 5월 3일) 뿐이었다.

이후 코로나 시기 ‘동학개미운동’ 때에도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9418억원(2021년 8월 20일)까지 치솟긴 했으나 1조원을 넘어서진 않았다.

그런데 이달 들어 11일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후 전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1조원 대를 유지 중이다. 개인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과열된 투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빠르게 삼성전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9월 2일 마지막으로 삼성전자를 1376억원 순매수한 이후 9월 3일부터 전일까지 32거래일 간 하루도 빠짐없이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팔아치운 삼성전자 주식은 총 12조6162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12조135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들의 신용잔고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9월부터다. 8월까지만 해도 5000억~6000원대를 오가던 신용잔고는 9월부터 7000억~8000억원대를 뛰어넘기 시작했고 9월 말 처음 9000억원대를 돌파 후 이달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삼성전자에 대한 맹목적인 투자열기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를 단지 가격 때문에 투자하기에는 미국 대선 등 여러 변수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E’가 8월 엔비디아에 납품이 기대되며 7월 고점(8만8800원)을 찍었으나 아직까지도 성능 검증이 되지 못하며 사실상 납품 자체가 무산됐다고 여겨짐에 따라 삼성전자가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갖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한 증권사 영업점 PB는 “현재 증권사 지점에서 삼성전자를 추천하는 곳이 있을까 싶다”라며 “관리고객 중 매수한 고객의 경우 매도를 권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 PB는 “가격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삼성전자의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다”며 “유튜브 등에서 지금 삼성전자를 사야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저희가 고객에게 삼성전자를 권유할 수 있는 투자근거는 지금 상황에서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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