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싱가포르 국제에너지위크(SIEW)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아민 H. 나세르 아람코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아람코코리아]
10월 21일 싱가포르 국제에너지위크(SIEW)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아민 H. 나세르 아람코 대표이사 사장 [사진제공=아람코코리아]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가 자국 내 화학공장 건설 프로젝트 LTC(Liquid-to Chemical)발주 계획을 취소하면서 국내 건설사들 중동 물량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국가 차원의 긴축 정책이라지만, 아시아 지역 확장이라는 의도도 담겨 있어 사우디 정부가 다른 아시아 국가와 협력 관계를 다질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기업 아람코는 자국 라스 알카이르(Ras Al Khair)에서 개발 예정인 정유 및 화학 프로젝트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오는 2030년까지 40만 배럴(b/d)의 원유를 화학제품 전환 생산 목적으로 설계(FEED) 진행 중이었으며, 대안이었던 주바일(Jubai)l 이전안도 보류됐다. 

또한 중기 프로젝트(사우디 내 개발) 발주도 재검토 중으로, 원래 예정된 프로젝트는 얀부(Yanbu)와 주바일(Jubai)l에 있는 기존 야스리프(YASREF·Yanbu Aramco Sinopec Refining), 삼레프(SAMREF·Saudi Aramco Mobil Refinery Co Ltd)및 삼레프 정유공장(SAMREF Refinery)에 LTC 단지 3개다.

사우디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신규 발주 부담이 커지자 '지갑 닫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해 기본설계 및 내년 중 EPC(설계·조달·시공) 착수를 기대한 국내 건설사들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욱이 이번 투자 재검토 이면에는 아시아 직접 투자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 취소가 단순히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사우디 정부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자국 내 사업을 최소화하고, 마진률이 높은 아시아, 특히 중국 기업 지분 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아람코의 결정은 장기 수요를 지지해줄 수 있는 최종 구매자(중국) 확보와 공사비 급증에 따른 프로젝트 신규 발주 금액 분산, 중국-사우디 화학제품 증설에 따른 경쟁 완화 목적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아시아 투자 파트너로 중국을 택한 건 중국은 원유 최대 수입국중 하나로 러시아에 이어 사우디 원유를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어서다. 

사우디는 이런 중국과의 전략 강화 일환으로 작년부터 중국 화학사 지분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기업 룽성석화 주식 10억1300만주를 4조6307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최대 화학섬유 제조사인 헝리 페트로 케미칼(Hengli Petrochemical) 지분 10%를 확보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 정부는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도 추가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정부의 발주 취소로 국내 건설사들이 당장 입을 수주 타격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수주잔고를 고려할 때 2년 정도의 먹거리가 남아 있어 실적 걱정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우디가 아시아 특히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깊이 다져가는 부분은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제시한 내년 상반기까지의 계획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사우디와 중국의 협력 관계가 깊어질수록 국내 건설사들의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장기 관점에서 해외 건설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선제적 투자를 통한 엔지니어링 역량 육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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