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배터리 3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등에 업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전기차에 부정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배터리 업계는 대미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은 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IRA에 따라 전기차를 사면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내연차 대비 비싼 가격을 보조금으로 상쇄해왔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인 세액 공제 혜택이 사라진다면 전기차·배터리 캐즘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인 머스크는 최근 전기차 세액 공제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신음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IRA 혜택이 폐지될 경우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약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배 배터리 업계는 앞서 보조금 수령을 전제로 미국에 천문학적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대미 투자 금액은 5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에 주는 보조금인 IRA상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를 받기 위해 대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온 만큼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AMPC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 부진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올 상반기(1∼6월) 국내 배터리 3사가 받은 AMPC 규모는 약 8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3분기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4483억원의 AMPC를 받았다. 3분기 영업이익은 4483억원으로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IRA 보조금 폐지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는 미국에서 공장을 인수하는 등 생존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지난달 1일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가 미 대선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하고 있고 잘 대응하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건설 중인 배터리 합작 공장을 파트너인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약 1조4000억원에 매입한다. 주요 고객사에 배터리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북미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신공장 건설 대신 투자비를 아낄 수 있는 결정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SDI는 미국 정부로부터 10조5000억원(75억4000만달러)의 대출을 지원받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1, 2공장에 대한 건설·운영 자금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대출은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스타플러스에너지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과 모듈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자금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축소 등이 현실화하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타격은 불가피할 것"며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 수정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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