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지난 3일 이후 한국 사회를 강타한 정치 혼돈 속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자산은 국내 주식과 원화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0원까지 올랐다. 2022년 10월 24일 이후 최고치다. 원달러가 150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전통적으로 원화는 위기에 취약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는 890원대에서 2000원대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원달러는 1600원대에 육박했다.

다행히 원화가치는 위기가 끝나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원달러는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경우인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위기 국면에서 평균 10~20% 올랐다. 현재 원달러는 2023년 12월 이후 11% 이상 올랐다. 그렇다면 원달러의 고점은 어느 정도로 보아야 할까?

지난주 중국 정부의 부양 기대로 원화 하락세가 진정됐다. 그래도 원화가 안정을 찾았다고 보기는 이르다. 국내 정치 혼란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이 금융위기는 아니다. 세계 경제 침체도 아니다. 과거 원달러가 저점에서 10% 이상 오른 경우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65% △2010~2011년 유럽 재정위기 13% △2015년 중국 위기 17% △2018~2019년 관세분쟁 12% △코로나 이후 미국 긴축·러우전쟁 21% 정도다.

국내 정치사회적 상황은 위기다. 하지만 금융위기 또는 세계 경제 침체는 아니라는 전제 하에 합리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원달러 환율의 최대 상승치는 15~20% 내외다.

2023년 12월 저점 기준으로 15% 오른다면 1480원대, 20% 오른다면 1540원대로 계산된다. 이미 1400원대 중반까지 상승한 원달러는 악재를 꽤 반영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주가도 그렇다. 달러 기준 MSCI Korea 지수는 52주 고점 대비 26~27% 하락했다. 과거 달러 기준 국내 증시가 30% 이상 하락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가들 입장에서는 당장 주식을 매수하지 않더라도 추격 매도 압력은 완화될 만큼 주식가격은 단기적으로 많이 내려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악재의 정점을 지난 것일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조만간 정점을 지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불안으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향후 투자계획은 분명히 차질을 빚을 것이다. 투자심리가 훼손되고 나면 정상적으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다고 2025년을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다. 내년 1분기에 기회가 있다. 예컨대 과거 원달러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물량이 증가하는 데는 20개월이 걸렸다. 그렇다면 환율효과로 수출물량이 회복되는 시기는 2025년 2분기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미국 대선 이후 공개된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반등했다(11월 48.4). 중국 국가통계국 제조업 PMI도 기준선을 2개월째 상회했다(11월 50.3). 트럼프 관세와 관련된 불확실성만 완화되면 2025년 상반기 중 수출 경기 여건은 최악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수출 개선은 원화가치와 기업실적에 긍정적이다. 주가가 실적이나 수출에 다소 선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경기나 실적 민감도가 낮은 방어적 업종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천천히 수출주 가운데 환율수혜가 예상되는 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환율 변동과 주요 업종별 영업이익 변화 간 민감도를 보면, 원달러가 상승한 이후 영업이익이 좋아지는 업종은 △에너지 △기계 △조선 △운송 △필수소비 업종 등이다.

의외로 반도체, 유틸리티 업종의 영업이익은 원달러가 하락할 때 빠르게 개선됐다. 물론 기계, 조선 업종은 올해 주가가 꽤 올랐다. 연말을 맞아 차익실현 압박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들 업종에 대한 관심은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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