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키움증권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키움증권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취임 첫 해 실적 개선에 이어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금융(IB)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성과는 아쉬웠던 만큼 내년에는 IPO 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918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5647억원)을 이미 62.6% 상회하고 있다. 4분기 실적을 감안하면 2021년 이후로 다시 1조 클럽(영업이익 1조원 이상)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엄주성 대표는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등을 겪은 키움증권 정상화를 위해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감사운영본부에 감사기획팀을 신설해 현업·리스크·감사 부문 3중 체계를 구축하고, 자회사 리스크 및 내부통제 통합관리를 위한 그룹위험관리팀 등을 신설했다. 동시에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주주환원정책에 적극 나서면서 연초 9만원대였던 주가를 한 때 14만6400원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엄 대표는 리스크 관리와 함께 키움증권의 가장 큰 과제였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강조해왔다. 키움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커 증시 분위기에 실적 변동성이 컸기 때문이다. 2022년 키움증권의 전체 영업이익 중 리테일 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99%에 육박했다. 지난해에는 리테일 부문 이익이 전체 이익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으나 이는 영풍제지 대규모 미수금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까지 리테일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4%다. 리테일 의존도가 여전히 높지만 IB 부문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022년과 2023년 IB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548억원, 224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320억원을 거뒀다.

엄 대표는 우량 딜 위주의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고금리 장기화에 증권업계가 부실 PF를 정리하고 신규 딜에도 소극적으로 나섰지만 키움증권은 금리 인하기를 앞두고 우량 딜을 선별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는 지난해 말 8188억원이었으나 이달 16일 기준 1조3084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4위 규모다.

부채자본시장(DCM)에서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채권 회사채, ABS, 카드채, 은행채 등의 채권 인수 규모도 지난해 6조805억원에서 올해 9조693억원으로 늘었다. 업계 순위도 17위에서 12위로 오르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IPO 시장에서는 좀처럼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총 4건의 IPO를 실시, 951억원 규모를 주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키움증권은 7개 회사의 상장을 주관하며 1521억원의 주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IPO 주관 순위도 지난해 8위에서 올해 12위로 밀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키움증권이 리테일 부문과 IB 부문의 균형 있는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년 IPO 사업 성과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약 10년 만에 스팩(SPAC) 합병 상장 3건을 이뤄낸 만큼 키움증권도 내년 IPO 영역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이 공동 주관사를 맡았던 에이스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관에는 실패했지만, 내년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관 실적을 쌓기 위해 꾸준히 문을 두드릴 전망이다. 주관사가 아니더라도 키움증권이 꾸준히 유가증권시장 IPO 인수회사로 참여하는 것도 이 일환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주관업무는 트랙레코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실적을 확 올릴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계속해서 상장 실적을 쌓으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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