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동박업계가 전기차(EV)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반도체용 동박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산(産) 저가공세로 본업인 동박에서 고전 중인 SKC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은 각각 반도체 소재 사업과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을 통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18일 동박업계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달 초부터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에 AI 가속기에 들어갈 초극저조도(HVLP) 4세대 동박 공급에 들어간다.

AI 가속기는 인공지능 신경망, 딥러닝, 머신러닝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장치로 AI 핵심의 핵심 부품이다. 

회사 측은 지난달 전북 익산1공장에 연산 1800톤 규모의 AI가속기용 차세대 HVLP4급 초극저조도 동박을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기존 회로박 범용 라인을 고부가가치 제품인 HVLP4급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익산공장의 범용 동박라인도 AI 가속기용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AI 가속기향 동박으로 눈을 돌린 배경은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판단과 무관치 않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함께 중국 동박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전기차용 동박 시장은 중국, 대만 등 공급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공급 과잉과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따른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번 공급을 계기로 전기차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AI 가속기용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업계 차별화 전략으로 사업의 본원 경쟁력을 한층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AI 산업에 지속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가속기용 동박이 국내 동박업계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장미빛 전망도 힘을 보태고 있다.

SKC의 경우 반도체용 글라스 기판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보조금을 받기로 확정된 가운데, 박원철 SKC 사장은 글라스 기판 투자사 앱솔릭스 대표를 겸직해 글라스 기판 상업화를 직접 진두지휘한다. 

다만 글라스 기판은 아직 상용화 전 개발 단계 과정에 있다. 앱솔릭스는 내년 글라스 기판 상용화를 목표로 고객사들과 협력하며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소재는 반도체 후공정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소모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C의 주력사업이었던 동박 사업은 전기차 캐즘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C는 올해 3분기까지 2008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1016억원 손실) 대비 영업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난 상황이다. 

SKC는 반도체 소재 사업의 매출을 오는 2027년까지 3조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을 목표로 세워둔 상태로, 글라스 기판 기술은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에 적용 가능해 SK그룹 차원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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