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EBN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EBN

올해는 자산운용업계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한 한 해였다. 공모펀드 시장 대비 ETF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리브랜딩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입지를 확대하려는 노력이 눈길을 끌었다.

ETF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펀드 시장이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산운용업계는 연금 특화 상품들을 선보이면서 활로를 모색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ETF 총 순자산총액(AUM)은 172조609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3조1135억원(42.58%) 증가했다. 지난해 ETF AUM이 1년 만에 41조1862억원 증가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큰 폭의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가파른 성장 속 자산운용사간 시장 점유율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여전히 삼성자산운용(KODEX)과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이 압도적인 1,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해 3.36%p 차이였던 점유율 격차가 올해 2.59%p로 줄었다.

3, 4위는 더 큰 변화를 보였다. KB자산운용(RISE)과 한국투자신탁운용(ACE)의 순위 변화는 없었지만 작년 3.14%p 차이였던 점유율이 올해 0.14%p까지 좁혀져 순위 변동 가능성이 커졌다. 이외에 지난해 5~7위도 한화자산운용(PLUS), 키움투자자산운용(KOSEF), 신한자산운용(SOL) 순이었는데 올해 신한, 키움, 한화 순으로 바뀌었다.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자산운용사들도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ETF 브랜드를 변경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하나자산운용이 KTOP에서 1Q로 리브랜딩에 나섰고 이어 KB자산운용이 KBSTAR를 떼고 RISE 간판을 달았다. 한화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고 각각 ARIRANG에서 PLUS로, WOORI에서 WON으로 간단명료한 ETF 브랜드 구축에 나섰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KOSEF에서 KIWOOM으로 리브랜딩을 예고한 상황이다.

실제로 자산운용업계의 광고선전비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3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86% 늘었다.

뿐만 아니라 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한 양상을 띄면서 ETF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도 올해 자산운용업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2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8%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무래도 펀드보다 ETF 수수료가 더 낮기 때문에 실적 기여는 크지 않다”며 “수수료 인하 경쟁 장기화 시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자산운용사 대표 및 관계자가 '디딤펀드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자산운용사 대표 및 관계자가 '디딤펀드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연금 투자 고객 위한 펀드 상품·서비스 개발도

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업계도 관련 상품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매서운 만큼 관련 상품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82조원으로 5년 사이에 두 배 가량 증가했다. 10년 뒤에는 퇴직연금 규모가 10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원금보장형이 아닌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자금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됐다.

25개 자산운용사는 장기 연금투자의 효과적인 방법인 자산배분펀드 중 밸런스펀드(BF) 유형의 ‘디딤펀드’를 공동으로 출시했다. 각 자산운용사는 1개의 디딤펀드만 운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을 용이하게 하는 한편 자산운용사의 운용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디딤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상품은 아니기 때문에 자금 유입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디폴트옵션 도입을 기점으로 자금 유입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 경쟁력도 제고하고 있다. TDF 시장은 다른 퇴직연금 상품 대비 성과가 뛰어나면서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자금유입이 일어났다. 자산운용사들은 목표 은퇴 연도(빈티지)를 다양하게 설정한 TDF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운용사 중 가장 많은 10개 빈티지 라인업을 꾸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AI를 통해 안정적이고 빠르게 포트폴리오 변경을 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RA) 접목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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