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도 기획재정부에서 경제 정책을 다뤘던 정통 경제 관료다. 8년 만에 재연된 탄핵 정국에서도 농협금융 회장으로 정부와 소통하면서 당면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점도 그동안 악화된 당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유리한 지점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7일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승인을 거쳐 내년 2월께 취임할 예정이다.
이 내정자는 행정고시(31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종합정책과장, 부총리실 비서실장, 미래사회정책국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앞선 탄핵 정국과 정권 교체기에 활약하며 경제 정책을 수립했던 이력이 있다. 탄핵이 우리 경제와 금융권에 줄 충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이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2월 기재부 차관보로 승진했다.
이후 탄핵 정국을 거쳐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후에도 2년 가까이 차관보직을 유지했다. 문 정부 초기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골자를 만든 인물이다. 초유의 대통령 권한 대대행 체제에서도 농협금융이 당면한 과제를 돌파할 인물로 꼽힌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정권과 관계 있는 인물을 지주 회장으로 선임해 왔지만 최근 탄핵 정국 등을 감안해 이번에는 내부 출신이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농업과 경제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농협금융의 특성상 정부, 국회 소통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관료 출신이 적임자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카카오뱅크 대표를 지내기도 한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지역 편중 논란은 여전…당국 관계 개선에는 유리
금융권에서는 이 내정자의 회장 후보 선임을 다소 예상 밖이라고 평가한다. 당초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이 유력하다는 게 지배적이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경남 출신인 만큼 지역 안배 차원에서도 호남 출신인 김 전 차관이 후보 레이스에서 앞서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 내정자가 선임되면서 강 회장 취임 첫 인사는 쇄신 인사, 지역 안배 인사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앞서 진행된 계열사 대표 인사도 경상도 출신 인물들이 대거 중용됐다.
중앙회 입장에서는 이 내정자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플러스가 될 수 밖에 없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를 정조준하며 낙하산 인사 등을 문제점으로 꼬집어왔다. 강 회장은 지난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당시 농협중앙회가 과도하게 인사에 개입했다는 금감원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반복된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와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농협은행은 올해 반복된 금융사고로 인해 내부통제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얻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해왔다. 당국의 정기검사에서도 지배구조 문제는 주요 검사 포인트였다. 농협금융 강 회장 취임 2년차를 앞두고 당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