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사태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방어를 위한 적극적인 시장 개입보다는 미세조정 방식으로 변동성을 조절한 데다, 외화 자산 운용수익도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12월 말 외환보유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1월의 4153억9000만 달러에서 2억1000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은 3666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57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반면 예치금은 191억3000만 달러에서 252억2000만 달러로 60억9000만 달러 증가해 전체 외환보유액 증가를 견인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초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3일 1402원90전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던 환율은 당일 밤 계엄 선포 이후 1440원대로 뛰었고, 지난달 말에는 1472.5원까지 올랐다.
우려와 달리 외환보유액이 오히려 증가한 것은 당국의 시장개입 강도가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환율 수준을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개입 대신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대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중순 물가설명회에서 "계엄 사태 이후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했다"며 "이후엔 환율이 달러 움직임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번 일을 겪으면서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떨어져서 4100억 달러 이하로 떨어지고 중기적으로 40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것 아니냐 걱정이 많지만 41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분기말 효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증가한 것도 외환보유액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외화자산 운용과정에서 상당액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1/1647744_659862_4255.jp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