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농산물은 물론 가공식품 가격들이 오르면서 먹거리 물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환율과 원자재값 상승에 따라 국내 주요 식품사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다.
이번 식품 가격 인상은 지난달 정부의 "당분간 주요 가공식품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발언 직후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부의 정책 판단과 시장 상황 진단 역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사들이 가공식품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
대상은 오는 16일부터 청정원 마요네즈와 후추, 드레싱 가격을 평균 19.1% 올린다. 대형마트 기준 순후추(50g)는 3680원에서 4380원으로 19.0% 오른다. 프레시마요네즈(300g) 가격은 3100원에서 3380원으로 9.0% 인상된다. 이 밖에 드레싱류 가격도 평균 23.4% 오른다.
대상 관계자는 "국내외 원자재 가격 및 제조경비 지속 인상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게됐다"고 말했다.
원재료값 상승에 따라 식품업계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식품 재룟값 상승률을 보면 코코아 가격은 1년 전보다 173% 뛰었고 로부스타 커피와 아라비카 커피는 각각 90%, 101% 높아졌다. 팜유 가격은 1년새 18% 올랐다.
이에 오리온은 지난달 초코송이, 오징어땅콩 등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해태제과도 홈런볼, 포키 등 10개 제품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통상 2~3개월분의 원자재를 미리 확보해놓는 식품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제품 인상 대열에 동참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1월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올렸다. 이에 따라 맥심 모카골드 믹스 180개입(2.16㎏) 제품 가격은 인상 전 2만3700원에서 인상 후 2만5950원으로 9.5% 인상됐다.
동아오츠카는 이달 포카리스웨트와 데미소다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00원 인상했다. 오뚜기는 업소용 딸기잼 가격을 최대 10% 올렸다.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식품사의 원재료 수입 가격도 올라 식품 가격을 올리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식품가격 인상은 정부의 진단과 정반대되는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이상기후,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코코아, 커피, 팜유 등 가격이 급상승한 원료로 만든 제품 가격이 인상되었음에도 가공식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공식품 소비자 물가 상승률 지난 2022년 12월 10%에서 2023년 12월 4.2%로 내린 이후 지난해 10월 1.7%, 11월 1.3%로 낮아졌다. 지난달 상승률은 2%로 다소 올랐지만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 시장에서는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500여곳을 조사해 발표하는 '생필품 가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초콜릿, 카레, 커피 등 주요 가공식품 175개 품목 가운데 121개(69%) 품목의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올랐다.
175개 품목의 평균 물가 상승폭은 3.9%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2.3%)보다 높았다.
농식품부는 또 "식품업계는 환율 급등 전에 최대 6개월치의 주요 원자재를 비축해 놓은 상태로 당분간 주요 가공식품 인상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식품가격은 올해들어 곧바로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 상황과 정부 진단이 배치되면서 식품업계에 대한 정부의 가격 압박이 또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낮은 물가상승률을 근거로 식품업계에 가격 압박을 전달해 왔다.
앞서 정부는 "정부는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품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와 수평적인 협력을 통해 제품 인상 시기 이연, 인상률·인상품목 최소화 등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식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점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전망 경로상 환율 움직임, 소비 심리 위축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성수품 물가 불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주 물가 관리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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