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도 견조한 이익 체력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말 탄핵 정국으로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자본비율 관리가 까다로웠지만 역시 막대한 이자이익을 누를 수는 없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급등과 소상공인 금융지원,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이 잔존해있지만 주요 금융지주들의 4분기 실적도 전년 대비 급증할 전망이다. 이미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실적을 뛰어 넘은 곳들도 많아서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의 실적 장세 배경에는 정부와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로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예대 마진이 확대된 영향이 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4분기 당기순이익은 67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0% 급증할 것으로 점쳐진다.
신한금융지주는 7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지주는 6059억원으로 35% 가량 증가가 유력하다.
우리금융지주는 4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0% 가량 늘어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9.1% 늘어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섰다.
4분기 실적 관전 포인트는 고환율이 미치는 여파다. 지난해말부터 고환율이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면서 은행권 보통주 자본 비율(CET1) 하락 우려가 불거졌다. 4분기 중 원 ·달러 환율은 155원 가량 급등했다. 자본비율이 높은 금융지주일수록 4분기 실적 방어가 유리할 전망이다.
당초 우려보다는 자본 비율 하락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지주들은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환율 동향을 주시해왔다.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RWA) 축소를 통해 자본비율을 관리했다.
KB금융의 경우 3분기 CET1 비율은 13.8%로 경쟁사 대비 우위가 뚜렷하다. 4분기 환율 하락으로 자본비율이 하락하더라도 자본비율 순위는 크게 바뀌 지않을 전망이다. 4분기 KB금융의 CET1 비율 13.5~13.6%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도 RWA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온 만큼 4분기에도 전분기와 유사한 수치를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금융의 3분기 CET1 비율은 12.%였다. CET1 비율을 높이려면 분자가 되는 보통주자본을 늘리거나 분모인 RWA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최근처럼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 해외법인 자산, 지분투자액의 가치가 낮아져 RWA가 늘어나서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타사보다 환율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커서 자본비율 관리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과 통합으로 탄생한 만큼 외화자금 비중이 다른 은행들보다 높다.
실적 전망치도 차이가 많이 난다. 에프앤가이드가 전망하는 하나금융지주의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5723억원이지만 NH투자증권은 지배순이익이 4410억원으로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법인에 대한 출자금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시장리스크 증가분을 RWA 산출에서 제외 등의 요인이 4분기 즉시 시행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분을 일부 완화할 수 있고 유가증권 매각 등을 통해 RWA 관리 노력을 지속해 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