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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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한국 원화가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고 원화는 한 달 동안 5% 이상 가치가 떨어져 주요 통화 중 가장 약세를 보였다.

12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1월 말 1394.7원에서 12월 말 1472.5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5.3%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

원화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비상계엄 선포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지목됐다. 특히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장중 1441.0원까지 급등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계엄 선포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 하락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주요 통화들의 가치 변동과 비교해 보면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달러화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6개 통화의 가치 하락률은 모두 원화보다 낮았다. 유로화는 2.1%, 엔화는 4.7%, 영국 파운드화는 1.7% 하락에 그쳤다.

세계은행 기준 경제 규모 30위권 국가의 통화들도 대부분 원화보다 절하율이 낮았다. 중국 위안화는 0.8%, 인도 루피화는 1.3%, 브라질 헤알화는 3.3% 하락했다.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물가 안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상황에서 계엄 이후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우려되고 있다.

연말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1472.5원을 기록했다. 이는 1997년 말 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원화 가치는 12.5% 하락했다. 이는 주요 통화 중 아르헨티나 페소화,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멕시코 페소화, 튀르키예 리라화에 이어 6번째로 높은 절하율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화 가치 안정을 위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거시경제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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